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초선모임에서 강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18일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역제안한 ‘영수회담’과 관련해 “형식과 내용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협의에 착수했으면 한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청와대가 야당 대표와 단독회담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최근 여권의 지지율 하락세 속에서 야당과 소통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만남이 성사되면 2018년 이후 야당 대표와 하는 두 번째 회담이 될 전망이다.
최재성 정무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이 ‘어려운 시기에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진심을 가지고 대통령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최 수석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위원장에게 오는 21일 청와대 여야 대표 회동을 제안했으나 통합당이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합당은 “청와대가 회담을 공식 제안한 적이 없다”고 반발해 회동이 물 건너간 듯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이날 단독회담을 다시 제안하고, 청와대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여야 대표 등 여럿이 우르르 가는 회담은 안 한다. 문 대통령과 단둘이 보는 단독회담이어야 한다”고 말했고, 보도가 나온 지 3시간여 만에 청와대는 공개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의 이런 태도 배경엔 최근 ‘여권의 독주’에 대한 여론 악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통합당의 전신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독회담을 제안했을 당시 청와대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다”는 등의 이유 등을 들어 두 차례 거절한 바 있다. 이번 단독회담이 성사되면 2018년 4월13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가졌던 회담에 이어 두번째다. 회동 시기와 관련해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단 21일은 김 비대위원장 쪽에서 불가하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그것은 재론하기 어렵다”고 했다.
청와대가 긍정적인 뜻을 밝히자 통합당은 일단 한발 물러섰다. 김 위원장은 “청와대에서 일방적으로 하는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줄다리기 성격으로 풀이된다. 통합당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만날 생각이 있으면 물밑에서 접촉하는 게 우선”이라며 “청와대에서 영수회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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