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에서 폭력집회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미래통합당이 ‘전광훈 딜레마’에 빠졌다.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광화문 집회를 강행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까지 드러났지만 통합당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이 계속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한다면, 중도층 외연 확장의 동력이 꺾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1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광화문 집회에 대한 입장을 묻자 “복합적”이라고 답했다. 그는 “소나기가 내리는데다 코로나라는 큰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나왔다는 건 얼마나 울분에 차 있는 것인지 이 정권은 먼저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집회하는 것은 우리도 찬성할 순 없지만, 방역 실패를 (시위대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비겁하다”고 말했다. 홍문표 통합당 의원이 집회에 참석한 데 대해서도 “지역구에서 교회 목사들이 와서 만나러 갔다는데 그걸 어떻게 뭐라고 하겠나. 민주당이 정치 공세를 하는 것”이라며 여권의 징계 요구 등을 일축했다. 통합당은 이날 집회에 대해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전날도 대변인 논평을 통해 방역의 중요성만 강조했을 뿐 자가격리를 위반한 전 목사 등에 대한 언급은 한줄도 없었다. 당내에선 ‘무대응’이 현명하다는 분위기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굳이 우리가 지금 입장을 낼 필요가 없다”며 “당 차원에서 참여도 하지 않은 집회에 대해 동조도, 반대도 할 이유가 없다. 어떤 발언을 하든 괜한 오해만 산다”고 말했다.
통합당의 이러한 태도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중도층 공략에 주력하면서도, 당의 핵심 지지층인 강경보수에 완전히 등을 돌리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침묵이 길어질수록, 전 목사를 옹호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어 힘겹게 끌어안은 중도층이 다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태경 의원은 ‘서울시장’으로 치러진 박원순 시장의 장례식을 겨냥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서울시 부시장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국가방역체계를 무너뜨린 전 목사를 구속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중도층에게 무대응은 동조로 비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김 위원장이 가장 잘하는 게 ‘선 긋기’ 아니냐. 이번에는 전 목사와 절연해, 황교안 전 대표와는 다르다는 것을 꼭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