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게 ‘사상전향 여부’를 밝히라고 요구한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의 행태를 두고 여야는 24일에도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이날 오후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합당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채택됐다.

이날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태 의원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이해찬 대표는 “참 어이가 없구나 생각했다”고 꼬집었고, 김태년 원내대표는 “철 지난 색깔론의 비타협적 투쟁, 집단 이기주의 등 우리 시대가 청산하고 극복해야 할 일들이 동시에 한꺼번에 나타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훈 최고위원은 한 걸음 더 나가 “정책 검증이 아닌 사상 검증의 장으로 만든 것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당 차원에서 태 의원을 엄중 조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당 의원들의 공세에 맞서 통합당 의원들은 태 의원을 적극 두둔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 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에 임명된 사람의 북한관, 통일관, 국가관을 묻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오히려 이 후보자와 여당이 ‘색깔론’을 앞세워 피해 가려는 것”이라고 역공했다. 4선인 김기현 통합당 의원도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충성맹세를 하는 주사파라는 것이 일반적 국민 상식 아니냐. 후보자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느냐를 질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소속인 홍준표 의원도 태 의원을 지원사격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의 가장 핵심적인 의제는 사상 검증이며 그 대상자가 친북 활동의 전력이 있었다면 더욱더 그러하다”며 “색깔론 운운하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공격”이라고 했다. 통합당은 전날 태 의원을 겨냥해 “변절자의 발악”이라고 비난한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합당 안에선 태 의원이 후보자 검증보다는 자기를 돋보이게 하려고 무리한 질의를 이어갔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4월 총선에 통합당 소속으로 출마했던 김근식 경남대 정치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사상전향을 공개 요구하는 건 초점이 잘못된 접근”이라며 “‘전향 선언한 적 있느냐’는 식으로 사상전향을 요구하는 건 냉전 시대 색깔론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이인영 후보자의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채택 반대 의견만 표명했을 뿐 의사진행을 방해하지 않았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