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의를 밝히고 국회를 떠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충청 지역의 한 절에서 머물며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일종 통합당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 원내대표는 충청도 쪽 사찰에 머물고 있다”며 “빨리 돌아오라고 설득하고 있지만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 의원은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으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지시를 받아 전날 주 원내대표에게 복귀를 요청하는 전화를 걸었다. 주 원내대표는 직접 만나 복귀를 요청하겠다는 성 의원의 말에도 “찾아오지 말라”고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 원내대표는 앞서 김 위원장과의 통화에서도 “며칠간 쉬겠다”고 답했다.
통합당 내부에서는 주 원내대표가 다음 주께 복귀하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합당 의원들과 비대위 차원의 재신임 뜻이 확고하게 전달된 만큼, 잠시 휴지기를 가지고 원 구성 전략을 마련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통합당의 한 3선 의원은 “현재로썬 주 원내대표 말고 원내 지도부를 맡길 대안이 없는 것 아니냐. 어떤 명분을 잡아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할지 고민한 뒤 여의도로 복귀하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의 복귀 시점을 다음 주로 점치는 데도 이유가 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통합당 의원들을 6개 상임위원회에 강제 배정하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한 데 항의하며 사의를 밝혔다. 이어 민주당은 이어 19일 다시 본회의를 개최해 나머지 11개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구성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주 원내대표로서는 사퇴 의사를 철회하지 않음으로써 19일 본회의에 참여하지 않을 명분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시간은 통합당 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민생 경제의 어려움에 더해 북한의 도발로 시급한 현안이 발생해 계속 등원을 거부하는데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은 상임위 참석 대신 당내 외교안보특위를 가동하면서 현안에 대응하고 있지만, 국가 안보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통합당 의원들은 연일 출구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전날 3선 이상 중진 모임에서는 “잘못된 원 구성이 아니라 제대로 된 원 구성이 있을 때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 주 원내대표가 당에서 역할 해주는 게 맞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어 통합당 재선의원들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정점식 통합당 의원은 모임 뒤 기자들과 만나 “주 원내대표가 하루빨리 국회로 복귀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는데, 결국 그 부분은 대표가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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