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부터), 박병석 국회의장,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의장실에서 상임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반쪽 개원’의 오명을 안고 시작한 21대 국회가 결국 원구성 법정 시한을 넘겼다. 더불어민주당은 ‘법대로’를 외치며 미래통합당을 압박했지만 법제사법위원장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국회법에서 정한 상임위원장 선출 시한인 8일을 넘기고 말았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이날 아침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준법 국회, 준법 개원의 관행을 새로이 만들고자 한다”며 “오늘 국회 상임위 구성을 완료하고 조속히 코로나19를 극복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민주당은 일정상 이날 오전까지 상임위 배정표를 제출하라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말에 따라 상임위 선임 목록을 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대비해 소속 의원들에게 국회 근처를 떠나지 말라는 대기령도 내렸다.
별다른 뾰족한 수 없이 벼랑 끝에 내몰린 통합당은 ‘법제사법위원회 분할’과 ‘상임위 정수 개정 특위 구성’이라는 협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처음부터 원구성 협상은 없었고 원구성 협박만 있었다. 민주당은 법사위원회를 무조건 가져가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18개 상임위원장을 몽땅 가져가겠다는 위협만 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대로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없애면 서로 충돌하거나 잘못된 법안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법사위를 법제위와 사법위로 나눠 의원 40~50명이 참여하는 법제위에서 법안을 살펴보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상임위 정수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어느 상임위에 몇명을 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의장에게 상임위 배정표를 낼 수 없다”며 “상임위 정수 개정을 위한 특위 구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전이 계속되자 박병석 국회의장과 민주당은 통합당 제안 중 ‘상임위 정수 개정 특위’ 구성만 수용하기로 했다. 여당은 법사위 분할 방안에 대해선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이날 오후 4시 국회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회 위원 정수에 관한 규칙 개정 특별위원회 구성의 건’을 통과시켰다. 특위는 민주당 6명, 통합당 4명, 비교섭단체 1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되며, 비교섭단체 위원은 국회의장이 추천하기로 했다. 규칙 개정안은 오는 10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를 열어서 처리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일단 통합당 제안은 받아들였지만 무작정 시간 끄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제안 자체가 아주 순수했으면 좋겠다. 상임위 정수 조정은 지난달 26일 여야 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저희가 제안했는데 야당이 받지 않았었다”며 “10일까지 정수 조정 특위에서 정수를 결정하고, 상임위원회별로 명단을 내서 이번주 안에 원구성을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본회의 뒤 여야 원내 지도부와 만나 12일 오전까지 상임위 선임 명단을 제출받은 뒤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까지 상임위 원구성을 반드시 합의해 표결까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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