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 익수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만나 민생을 돌보기 위한 정책 경쟁을 제안했다. 심 대표가 “통합당은 그간 탐욕의 자유를 옹호해 왔다”고 뼈 있는 말을 던지자, 김 위원장은 “바뀐 시대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노선 변화를 예고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대표실에서 심상정 대표를 접견하고 “좌다 우다 진보다 보수다 그런 논쟁 자체가 국민 생활과 관계 없다”며 “실질적으로 어려운 국민에게 어떻게 잘 다가갈 수 있느냐를 생각하며 정책 경쟁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심 대표가 “김종인 위원장 오셔서 진보·보수를 떠나 정책 경쟁이 가능한 국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덕담을 건네자 이에 화답한 것이다.
이어 두 대표는 코로나19 시대에 화두가 된 불평등 해소를 위해 야당이 협력하자고도 뜻을 모았다. 심 대표는 “불평등 해소, 기후위기 극복을 중심에 두고 야당이 적극 정책 제안하면 여당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제1야당이 진취적으로 하면 진보정당은 더 속도를 내서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지금 불평등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안될 정도 상황이어서, 정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불평등 해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화기애애한 덕담 가운데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심 대표가 전날 김 위원장이 말했던 ‘실질적 자유’를 상기하며 그간 통합당의 정책 노선에 날을 세운 것이다. 심 대표는 “그동안 통합당은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의 탐욕의 자유, 무한 축적의 자유를 적극 옹호해 왔다고 생각한다”며 “삼성 재벌의 탈법적 자유는 적극 지지했지만, 삼성 노동자들의 노조할 자유는 반대했고, 부동산 부자들의 축적의 자유는 적극 지지했지만, 서민들의 주거 안전의 자유는 외면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김 위원장의 답은 시대 변화였다. 그는 “예를 들면 삼성 이런 데가 오늘날 곤욕을 겪는 이유는 지나칠 정도로 시대 감각에 역행해 마치 노조 없는 회사가 능사인 것처럼 해와서 스스로 어려움에 빠졌다”며 “정당이고 기업이고 시대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며 정책 노선의 변화를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또 “민정당 시절에 부동산 가지고 돈 벌려는 자유는 내가 적극 제지했다”며 재벌의 비업무용 토지를 정리했던 청와대 경제수석 시절 치적을 언급하기도 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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