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3일 취임 인사차 민주당 대표실을 찾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4년 전엔 내가 여기 앉아 있었는데….”
3일 취임 인사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무실을 찾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자, 참석자들 사이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 위원장은 2016년 민주당 비대위 대표였다.
얼굴엔 미소를 머금었지만 두 사람은 곧 여야가 갈등하는 21대 국회 원구성,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에 대해 뼈 있는 말들을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내일 3차 추경이 국회에 제출된다”며 “예산이 잘 집행될 수 있도록 빨리 심의해서 통과되는 것이 맞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빨리 원구성이 될 수 있도록 해주시면 그다음에 원 운영은 종전과는 달리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야당의 요구를 반영해 원구성을 마무리해야 협조가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이에 이 대표는 “기본적인 것은 지켜가면서 협의할 것은 협의해야 한다”며 국회법에 따라 5일 본회의를 열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인연은 질기고 질기다. 두 사람은 1988년 13대 총선 때 서울 관악을에서 맞붙은 바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질기고 질기다. 11~12대 연거푸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김 위원장은 1988년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다가 평화민주당 후보로 나온 이 대표에게 5천여표(4%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지역구 후보로 나서지 않고 비례대표만으로 5선을 지냈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맡은 김 위원장은 이 대표를 공천에서 배제했다. 이 대표는 이에 반발해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세종시에 출마해 당선된 뒤 복당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당시를 설명하며 “30년 전 관악구의 그 초선 당선자가 그때는 거물급 정치인이 되어 공천심사 명단에 올라 있었다”며 “호사가들이 30년 전 내가 그에게 패했던 복수를 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던데, 크게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썼다. 이어 “나는 그 사람에 대해 일말의 감정도 없다”며 정무적인 판단을 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지난 4·15 총선에서 통합당이 김 위원장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면서 두 사람은 각 당의 선거를 총지휘하는 역할을 맡아 다시 맞붙었고, 민주당의 대승으로 끝났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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