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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보수의 손 빌려 진보적 변화 일구나…눈길 쏠리는 ‘김종인 효과’

등록 2020-06-02 18:48수정 2020-06-03 02:42

명쾌한 메시지·유연한 태도 강점 발휘
비대위원장 취임 뒤 파격 행보 기대감
“진보보다 진취적으로”…정책대결 예고
‘원외 지도부’로 내부 반발 돌파 험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후 국회를 방문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축하 난을 전달받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후 국회를 방문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축하 난을 전달받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정당’ ‘진보보다 더 진취적인 정당’을 내건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가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민생’과 ‘개혁’을 주도해온 더불어민주당은 정책공조의 기대감과 더불어 의제 설정 주도권을 통합당에 내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긴장하고 있다. ‘오른쪽’에 쪼그라들어 있던 통합당이 보수혁신을 이뤄 본격적인 ‘중원경쟁’에 나설 역량을 갖추게 될지, 21대 국회가 한국 정치 수준을 높이는 정책 대결의 플랫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2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회복, 민생 안정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며 “(정부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3차 추경도 재원이 어떻게 짜여졌느냐 등을 검토한 뒤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3일엔 취임 인사를 겸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찾아 원구성 협상과 추경안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 특유의 간결한 메시지와 유연한 태도는, 통합당의 총선 참패 원인으로 ‘자기 혁신 없는 보수의 오만’을 꼽은 데서 비롯됐다. 고용·복지·돌봄·교육·불평등 등 정책 이슈에서 보수의 가치를 넘어선 파격을 선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통합당 전국조직위원장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진보, 보수라는 말 쓰지 말라. 중도라고도 하지 말라. 정당은 국민이 가장 민감해하는 불평등과 비민주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집단이라는 것만 보여주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통합당의 한 재선 의원은 “박정희 정부에서 국민건강보험, 노태우 정부에서 국민연금, 박근혜 정부에서 기초연금을 도입하는 등 보수 정당이 한국 복지국가의 틀을 만들어왔다”며 “코로나 사태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보듬기 위해 사회 안전망 강화와 혁신적인 복지모델 구축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일단 기대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복지 이슈는 김 위원장과 민주당의 견해가 겹치기 때문에 관련 논의가 더 신속해질 수 있다”며 “여야가 정쟁 대신 정책 경쟁을 벌인다면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민생, 보편적 복지 등 민주당이 독점하다시피 한 주요 의제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앞서 김종인 비대위를 경험한 다수의 여당 의원들은 “김 위원장은 절대 끌려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선제적인 의제 설정으로 이슈를 선점하고 민주당이 그걸 받도록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은 보수 진영에 있을 때는 강렬한 진보적 메시지를 던지는 김 위원장의 특징을 짚으면서 “민주당이 이 페이스에 말려들면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주도권 경쟁에서 한발 물러서면 오히려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어느 당이 실적을 쌓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원래 경제민주화나 복지 법안은 보수당이 주도할 때 반대 의견 돌파가 더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외’가 다수인 ‘김종인 비대위’가 통합당 내부의 반발 기류를 돌파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잘하나 한번 보자’라는 마음으로 김종인 체제를 지켜보는 의원들이 당내에 상당수”라며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김종인 비대위가 한순간에 허물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강’을 내세웠던 장제원 의원은 이날 김 위원장이 ‘보수’ ‘자유우파’를 더는 강조하지 말라고 한 것과 관련해 “보수의 소중한 가치마저 부정하며, ‘보수’라는 단어에 화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견제구를 날렸다. 김 위원장이 이날 통합당 의원총회에서 “다소 불만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너무 시비 걸지 말고 협력해달라”고 한 것도 취약한 당내 기반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이끄는 통합당과 협치의 모델을 구축하려면, 야당에 명분을 주는 여당의 협상 기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본인이 던진 의제를 반드시 현실화하는 김 위원장의 스타일을 볼 때 통합당의 변화의 폭은 상당히 클 것으로 기대된다”며 “정부가 들고 온 법안을 빨리 처리해주는 게 국회 본연의 역할이 아니라는 점에서, 협치의 명분을 만들어야 할 여당의 역할이 오히려 커졌다”고 짚었다.

노현웅 이지혜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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