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6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윤미향 당시 정의기억연대 대표가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여전히 “사실관계를 지켜보자”는 태도지만, 의원들 사이에선 ‘사퇴 불가피론’이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사태 수습을 위해선 윤미향 당선자가 직접 나서 관련 의혹을 소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한-일 관계 전문가인 강창일 의원은 26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 당선자가 연루된 의혹들을 언급하며 “재판이 시작되면 벌금이 나올지, 감옥에 가야 할지 모른다. 법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도 있을 수 있고, (출구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이 윤 당선자의 사퇴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 21일 김영춘 의원 이후 처음이다. 당시 김 의원은 “윤 당선자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백의종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후 지도부의 ‘발언 자제’ 요청이 있은 뒤 당내에선 더이상 윤 당선자 사퇴론이 제기되지 않았다. 강 의원은 “이용수 할머니가 지적한 근본적 문제에 대해서 나름대로 해명할 것은 해명해야 한다. 이렇게 시끄럽게 된 것 자체가 사과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윤 당선자가 스스로 의혹을 소명해야 한다는 요구도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윤 당선자는 변호인들과 함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 부실, 힐링센터 고가 매입 의혹 등 주요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준비하면서 기자회견 날짜와 장소 등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을 잘 아는 한 민주당 의원은 “윤 당선자가 이달 안에 기자회견을 열어 직접 주요 의혹에 대해 소명할 것”이라며 “만약 상식선에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의 해명밖에 준비되지 못한다면 본인도 (거취에 대해서) 판단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자의 거취와 관련한 지도부 기류에는 큰 변화가 없다. 지금까지 나온 의혹만으로 볼 때, 일부에서 요구하는 의원직 사퇴까지 갈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윤 당선자와 정의기억연대를 둘러싼 논란에는 지난 30년 ‘위안부’ 운동의 역사가 얽혀 있어 ‘일도양단’하듯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사정도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는 이용수 할머니 회견과는 별개로 사실관계를 다 살펴본 뒤 (거취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 확고하다”고 전했다. 다만 민주당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등 주요 국면마다 ‘피해자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만큼,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제기를 남다른 무게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오후 당 고위전략회의가 끝난 뒤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도 (윤 당선자에게) 빠르게 입장을 준비해 발표하라는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금비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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