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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성평등’ 거리의 외침 21대 국회는 답하라

등록 2020-05-25 06:00수정 2020-05-25 11:39

첫 여성 국회부의장 새바람
여성의원도 57명 역대 최다
17대 국회 ‘호주제 폐지’처럼
여성 억압 제도 깰 절호의 기회
“여성 의원들, 성소수자·난민
이슈에도 더 목소리 내야”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국회가 역대 최다 여성 의원 당선자를 배출한 데 이어, 첫 여성 부의장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성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세를 모으고 주변 설득에 나선 결과다. 성폭력 이슈의 공론화를 위해 분투해온 여성계의 바람도 상당하다. 여성 부의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여준 정치력이면 성폭력 근절을 위한 입법 노력이 21대 국회에선 뚜렷한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젠더 정치’ 이끌어온 여성의 힘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에는 여성 집권당 대표, 여성 국무총리, 여성 대통령이 잇따라 등장했지만, 입법부의 의장단만큼은 남성들의 전유물로 남아 있었다. 25일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총회에서는 4선의 김상희 의원이 여당 몫 부의장 후보에 선출된다. 본회의 투표가 남아 있지만, 당내에서 확정한 후보자를 추인하는 절차에 가깝다. 직전 국회에 견줘 여성 의원 비율이 겨우 2%포인트 남짓 늘어난 21대 국회지만, 시작부터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낸 셈이다.

여성계는 첫 여성 국회부의장을 배출한 것 자체보다, 이 문제를 여당의 여성 의원들이 앞장서 공론화하고 당내 다수인 남성 의원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성사시켰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여성 의원들의 영향력과 발언권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성평등’ 의제의 공론화와 입법화에 여성 의원 그룹이 자신감을 갖고 공세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 ‘젠더 정치’의 중대 고비마다 기득권 정치의 두꺼운 벽을 돌파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여성 정치인의 조직된 힘과 적극적 설득이 주효했다. 2005년 17대 국회에서는 당시 열린우리당·한나라당 등 여야 여성 의원 40명이 공동으로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안 통과에 앞장섰던 것이 대표적이다. 2004년 국회의원 비례대표의 50%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정당법을 개정한 것이나, 2009년 공직선거법에 지방의회 여성 후보 추천 의무조항을 넣는 등 여성의 정치권 진출의 폭을 넓힌 데서도 여성 의원들의 구실은 결정적이었다.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계기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발의했던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미투 운동 이후 한국 사회에서 성평등 이슈가 중대 의제로 올라섰지만, 의정 활동에서 남성 의원들은 대체로 조력자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 사안을 자신의 문제로 여기면서 절박하게 움직일 동기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지난 4월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위치니트크루 회원들이 21대 국회가 여성의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하라는 요구를 담은 '뜨개질 작품'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위치니트크루 회원들이 21대 국회가 여성의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하라는 요구를 담은 '뜨개질 작품'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 여성 엘리트 밥그릇 늘리기에 안 그치려면 여성 의원들은 ‘50~60대 남성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회 문화를 개혁해야 한다는 데에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 의원의 비율은 선거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지만, 정치적 경험을 쌓고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국회직·당직에 진출하는 여성 의원들은 여전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최초의 여성 국회의원은 1949년 등장했지만, 첫 여성 원내대표는 2014년(박영선), 첫 여성 원내수석부대표는 2018년(진선미)에야 등장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당 몫 상임위원장 30% 여성 우선 배분 △여성 간사 적극 배치 △원내대표단 여성 30% 할당 등을 요구하고 있다. 최초의 여성 부의장 탄생은 여성할당제와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있다면 여성도 얼마든지 정치적 리더십과 역량을 쌓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성 의원들 스스로 약자·소수자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관련 이슈의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여성 의원 증가나 국회의장단 진출은 여성 엘리트의 밥그릇을 늘리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17년 개헌특위 활동 당시 헌법 제36조 ‘양성평등’ 규정을 ‘성평등’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보수 기독교 세력의 반대로 국회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며 “당시 개헌 취지에 공감했던 여성 의원들조차도 적극적인 찬성 의견을 내지 못한 것은 아쉬운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이라는 소수자 정체성을 대변하는 만큼 성소수자·난민 등 첨예한 사회적 이슈에서 여성 의원들이 좀 더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취지다.

황금비 김원철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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