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미래통합당 소속 이채익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형제복지원 사건 등 권위주의 정권 시절 인권 유린 사건들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여야가 합의 처리를 약속했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 개정안이 미래통합당의 미묘한 기류 변화로 난관에 봉착했다. 애초 법사위에 계류돼 있던 과거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올려 ‘수정안 의결’ 방식으로 처리하려 했으나, 통합당이 다시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 단계로 돌아가 논의할 뜻을 비치면서다.
1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통합당은 과거사법 개정안 처리에 대해 ‘본회의 수정안 처리 방식’을 따르기로 한 애초의 약속을 깨고, 더불어민주당에 해당 상임위인 행안위로 법안을 내려보내 전면적 수정을 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7일 김무성 통합당 의원의 적극적 중재 아래 여야 간사가 본회의 통과를 합의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다. 당시 행안위 여야 간사는 지난 3월 여아가 만든 수정안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수정해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수정안은 과거사위원회 구성을 15인에서 9인으로, 위원회 활동기간을 기존 4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청문회 규정을 삭제하는 등의 내용이다. 이는 통합당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결과이기도 했다.
홍익표 민주당 행안위 간사는 기자들과 만나 “야당 간사와 함께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하는 것으로 원칙적인 합의를 봤다”고 했다. 이채익 통합당 행안위 간사도 “이른 시일 내에 본회의에서 (과거사법이) 통과돼 가슴 아픈 여러 가지 상처가 아무는 계기 되길 바란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당시 국회 의원회관 현관 지붕에서 고공농성을 벌여온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최승우(51)씨는 여야 간사의 합의를 믿고 사흘 만에 농성을 풀었다.
민주당은 이미 ‘본회의 수정안 처리’ 방식까지 합의한 내용을 통합당이 뒤집으면서 ‘시간 끌기’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통합당 제안대로 행안위에서 다시 논의를 시작하게 되면 이후 법사위 통과, 마지막 본회의 통과까지 처리 기간이 늘어나면서 20대 국회 임기 종료 전 법안 처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이채익 통합당 간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 8일 원내대표단이 새롭게 구성되면서 논의조차 하지 못한 상태”라면서 “상임위에 다시 가서 완전무결하게 법사위로 가는 게 안전하다고 보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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