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이 여성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는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오거돈 성폭력 사건’을 고리 삼은 미래통합당의 대여 공세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방식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거세다. 통합당 관계자들이 방송 등에서 나이와 고용 형태 등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는 단서를 지속적으로 공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성중 통합당 의원은 29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피해자의 나이와 고용 형태를 반복해 언급했다. 박 의원은 피해자의 연령대를 밝히면서 ‘어떻게 그 나이에 시장직 사퇴를 요구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27일 인터넷 매체 <뉴데일리>와 인터뷰한 황보승희 당선자(부산 중·영도)도 피해자의 신상이 드러날 수 있는 정보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앞서 부산여성단체연합과 부산여성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등은 24일 성명을 내어 “오거돈 성폭력 범죄와 관련한 ‘민주당 사전 인지’ 주장은 피해자의 의도에서 벗어난 2차 가해의 한 형태이자, 오거돈의 성폭력 범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행태”라고 밝히기도 했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사회학)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직장 내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 더 중요한 것이 피해자의 신상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통합당의 대응은 그동안의 미투 운동의 성과를 무화시키는 굉장히 잘못된 언행”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통합당은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오 전 시장의 사퇴를 확약한 공증의 순수성 여부를 따지는 것 등은 2차 가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지적에 “시장의 행위니까 당연히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퍼지는 것이다. 사인 간에 그랬으면 뭐가 문제가 되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오거돈 전 시장의 범죄를 규명하는 것과 피해자의 신분을 드러내는 것은 별도의 차원이라는 지적이 당내에서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피해 해결을 위해 집중해야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식으로 공세가 이뤄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통합당은 젊은 여성들의 지지가 굉장히 낮은데, 바로 이런 모습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젊은 여성 유권자들에 대한 마음을 닫게 만드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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