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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결국 김종인호? 조기 전당대회? 갈팡질팡 혼돈의 통합당

등록 2020-04-29 17:56수정 2020-04-30 02:12

‘길 잃은’ 통합당에 놓인 네가지 시나리오
①김종인, 눈 딱 감고 4개월짜리 비대위 받나?
②일단 비대위원장 맡은 뒤 임기 ‘셀프 연장’?
③‘김종인 비대위’ 포기, 바로 전당대회로?
④현 지도부 총사퇴부터…
전날 미래통합당 전국위원회에서 ‘4개월 임기의 비대위원장’ 임명안이 의결된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29일 서울 종로 광화문 인근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미래통합당 전국위원회에서 ‘4개월 임기의 비대위원장’ 임명안이 의결된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29일 서울 종로 광화문 인근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가라앉는 줄 알면서도 우물쭈물하며 난파선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책임을 탓하는 목소리만 높았다. 미래통합당은 29일에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혼란을 수습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전날 당 전국위원회가 4개월짜리 비대위 구성을 합의했지만, 김종인 통합당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임시 정부’ 출범은커녕 대혼돈 상태로 표류하고 있다.

통합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3시 국회에서 최고위원회 회의를 열어 전날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상임전국위원회를 다시 열어 비대위 임기를 1년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상임전국위 일정은 확정하지 못했다. 최고위가 ‘김종인 비대위’ 안건을 다시 띄우며 반발 여론을 돌파하겠다고 나섰지만, 상임전국위 통과를 장담하긴 어렵다. 당헌 개정은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에서 모두 재적 과반이 찬성해야 의결된다. 다시 상임전국위가 무산되거나, 당헌 개정 안건이 부결된다면 당은 최악의 갈등 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이날도 거듭 ‘김종인 비대위’ 반대 주장을 고수하며 반발했다.

통합당 앞엔 네가지 갈림길이 놓여 있다. 먼저, 김 전 위원장이 ‘대승적으로’ 4개월짜리 시한부 비대위원장을 맡는 방법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임명안은 이미 전국위에서 의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이 임명만 하면 바로 효력을 갖는다. 당장의 혼란을 수습할 순 있지만 새달 초 신임 원내대표가 결정되고, 21대 국회가 개의하면 스포트라이트는 비대위가 아니라 새 원내대표단으로 옮겨간다. 여기에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주자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비대위는 급속히 존재감을 잃게 된다. 또한 김 전 위원장이 그간 “관리형 비대위를 맡을 이유가 없다”며 실질적인 권한과 충분한 재임 기간을 요구해온 만큼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도 서울 광화문 근처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기들이 스스로 해야 할 문제지, 당이 어떻게 하는지 나하고는 더 이상 관계가 없다”며 특유의 ‘모른체 화법’을 구사했다.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자리를 일단 받은 뒤, 상임전국위를 다시 열어 임기 연장을 노려보는 ‘개문발차’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마침 오는 6월 상임전국위원 교체 일정도 있다. 조해진 당선자는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임기 중 진정성과 선의를 인정받아 당원들이 알아서 ‘이분을 붙잡자’ ‘당을 확실하게 바꿔놓고 국민 신뢰를 회복할 때까지 역할을 하도록 우리가 계속 청하자’라고 (그림이) 되면 기한과 권한 문제는 저절로 풀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셀프 임기 연장’이라는 점에서 역풍 가능성도 있다.

당내에선 이제 그만 ‘김종인 카드를 내려놓자’는 주장도 나왔다. 사실상 김 전 위원장에 대한 비토가 갈등의 뿌리인 만큼 새로운 변화의 동력을 일으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종인 카드’를 접으면, 새로운 ‘관리형’ 비대위원장을 알아보거나, 비대위 구성 자체를 포기하고 전당대회 준비에 곧바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당내 눈에 띄는 리더십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전날 전국위에서 ‘김종인 비대위’가 통과된 만큼 이를 아예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혼란이 가중되자, ‘현 지도부가 사퇴하고 신임 원내대표단을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현 지도부가 상임전국위 무산 등의 책임을 지고 일단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새달 8일로 확정된 신임 원내대표 선거일까지 10일간 당은 지도부 공백 상태에 접어들게 된다. 당권을 둘러싼 파열음이 증폭될 수 있다.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미련은 버렸으면 좋겠다. 시간 낭비이자, 갈등만 재생산하는 소모적인 미련”이라며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해서 자연스럽게 수습을 맡기면 된다”고 주장했다. 4·15 총선에서 낙선한 통합당 청년 후보·당원들이 모인 청년 비대위도 국회에서 간담회를 연 뒤 “제1야당인 통합당이 한 개인에게 무력하게 읍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먼저 당 지도부 전원이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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