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가운데) 등 미래통합당 최고위원들이 기자들에게 ‘김종인 비대위 체제 전환’ 방침을 밝힌 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다. 21대 총선 참패의 뒷수습을 선거 총책임자였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에게 맡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은 2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뒤 브리핑에서 “어제 20대 국회의원, 21대 당선자 142명 중 140명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김종인 비대위’가 다수로 나왔다”며 비대위 체제 전환 방침을 밝혔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 통합당은 다음주 초 실무 준비에 착수한 뒤 전국위원회를 거쳐 비대위 체제로 전환을 확정한다. 비대위가 설치되면 최고위원회는 즉시 해산하고, 비대위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비대위는 위원장 1인과 15인 이내 위원으로 구성한다. 심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김 전 위원장과 만나 비대위 방향성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김 전 위원장은 공식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정해진 임기 없이 당의 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음 대통령 선거를 어떻게 끌고 갈지 준비가 철저히 되지 않고서는 비대위를 만드는 의미가 없다. 그 준비까지는 해줘야 한다”며 “당헌 당규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통합당 당헌에 명시된 ‘8월31일 전당대회’ 규정과 관계없이 대선 준비에 본격 돌입하게 되는 올해 말까지는 당을 운영하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김종인 비대위’ 결정 배경엔 김 전 위원장 외에 당을 수습할 대안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크게 고려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총선 참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가 당을 수습할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김영우 의원(3선)은 이날 페이스북에 “전권을 갖는 비대위원장이라니 참으로 비민주적인 발상이고, 창피한 노릇”이라며 “총선 참패의 원인, 보수당의 현실, 가치와 미래 방향에 대한 토론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남에게 계속 맡기기만 하는 당의 미래가 있을까. 통탄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당내 최다선이 된 정진석 의원(4선)도 “총선 민의, 국민의 주권을 새로 받아안은 것은 103명의 (21대 총선) 당선자들”이라며 “이들이 위기 탈출을 논의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정 의원은 2016년 20대 국회 개원 전 ‘원외’ 당선자 신분으로 원내대표 역할을 했던 전례를 언급하며 “심재철 원내대표의 임무는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행정적 절차를 주관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 위임된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라고 ‘김종인 비대위’를 밀었던 심 원내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통합당 계열 정당에서 비대위 체제가 구성되는 것은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을 거치며 이번이 여덟번째다. 또다시 통합당이 비대위 체제 전환을 결정한 것을 두고 “고질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통합당(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맡은 인명진 목사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출연해 “결국은 자기들의 위기, 잘못한 것, 이런 걸 누구 희생양을 데려다 덮어씌워서 위기를 모면하고 넘어가려고 하는 일시적 방편”이라고 꼬집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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