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더불어시민당 선대위원장(앞줄 왼쪽 셋째)이 16일 국회 본관 중앙홀 계단에서 비례대표 당선자들과 함께 제21대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례대표 의석 확대를 위해 위성정당을 만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총선이 끝나자 합당 여부와 시기 등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두 거대 정당 내부에선 비례정당을 흡수하지 않은 채 독자세력을 남겨두고 의회 내 우호세력으로 활용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17석을 확보한 더불어시민당을 흡수합병하는 방안과, 민주당 의원을 ‘파견’하거나 열린민주당과의 합병을 통해 별도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이미 민주당 단독으로 과반을 넘긴 상황이기 때문에, 한몸처럼 움직이는 정당이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얻게 되면 오히려 국회 운영에서 넓은 운신의 폭을 가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가령 교섭단체로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7명 가운데 야당이 추천하는 몫 2명 중 1명을 가져올 경우, 공수처장 임명을 뜻대로 관철시킬 수 있게 된다. 더불어시민당 관계자는 1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수처장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미래한국당이 어떤 전략으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태”라며 “21대 국회가 개원할 때까지는 합당을 미루는 등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자생존과 흡수합병의 갈림길에 선 열린민주당은 당분간 재정비 시간을 가진 뒤 당의 진로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적은 의석수를 확보한 만큼, 열린민주당에 미치는 민주당의 입김도 더욱 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손혜원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열린민주당의 결정은 결국 더불어민주당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맡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우희종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는 열린민주당과의 연합 가능성에 대해 “그 점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일단 선을 그었지만, 주도권은 민주당이 쥐고 있어 단정하기 어렵다.
가장 많은 의석인 19석을 차지한 미래한국당도 총선 참패의 충격을 추스르는 게 우선이라며 당장의 합당 논의는 하지 않고 있다. 원유철 한국당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형제정당이 총선에 참패한 상황에서 아직 합당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진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내부적으로는 독자적으로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어 미래통합당과 공동전선을 펴야 거대 여당에 대한 대응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미래한국당에 의원 한명만 옮겨주면 독자적으로 원내교섭단체가 될 수 있다. 국회부의장과 공수처장, 상임위원장 등을 챙겨 거대 여당을 견제할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나래 황금비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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