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당 손학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4년 전 국민의당 간판으로 호남에서 23석을 석권했던 민생당은 이번엔 호남 28석 중 단 한석도 차지하지 못하며 더불어민주당에 ‘맹주’ 자리를 고스란히 내줄 것으로 보인다. 한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심’ 소리를 들었던 ‘정치 9단’ 박지원(78·목포), 참여정부 때 법무부 장관을 지낸 6선의 천정배(66·광주 서을), 민주당 대선후보 출신인 4선 정동영(67·전주병) 등 민생당 중진 의원들은 모두 쓸쓸한 퇴장을 맞을 처지에 놓였다.
15일 밤 10시30분 현재 개표 결과를 보면 박지원 민생당 후보는 39.3%의 득표율로 민주당 김원이(52) 후보(45.4%)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4대 총선 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발을 디딘 박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발판 삼아 18·19·20대 총선에서 목포에서만 내리 3선을 했다. 2016년 총선 직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안철수 전 의원과 합세해 국민의당을 창당하고 4선에 성공했다. 이번 선거에서 ‘인물론’으로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대세론’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7선을 노리던 천정배 민생당 후보의 상황도 비슷하다. 20대 총선에서 박 의원과 함께 ‘녹색 바람’에 힘입어 국민의당 이름으로 당선됐으나 당이 합당과 분당의 부침 뒤 여러 갈래로 찢어지고 제3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기대도 사그라들며 입지가 좁아졌다. 이번이 마지막 출마라며 배수진을 치고 막판 ‘3000배 유세’에도 나섰으나 광주 서을에서 두번째 도전에 나선 양향자(53) 민주당 후보를 넘지 못했다. 밤 10시30분 기준 77.1%(양향자) 대 19.7%(천정배)로 천 후보가 크게 밀리는 것으로 예상됐다.
4선의 박주선(71·광주 동남을)·김동철(65·광주 광산갑), 3선의 장병완(68·광주 동남갑) 등 민생당 현역 중진 의원들도 민주당 후보들에게 크게 밀리며 이번에 모두 고배를 마실 것으로 예측됐다. 전주에서 5선을 노리던 정동영 의원 역시 김성주(56) 민주당 후보와의 ‘리턴매치’에서 큰 격차로 패할 것으로 전망됐다.
민생당의 정당득표율 역시 낮게 예측되면서 비례대표 후보 14번에 이름을 올린 손학규(73) 전 대표도 퇴장 수순을 밟게 됐다. 그는 “민주당 ‘몰빵’은 위험하다”며 민생당을 대안으로 내세웠으나 내내 힘을 얻지 못했다. 4년 전 국민의당 녹색 바람을 주도했던 호남 유권자들은 이번엔 제3세력의 견제론에 등을 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