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형주씨는 만 18살이다. 선거연령을 만 19살에서 1년 낮춘 새 공직선거법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덕분에 21대 총선에서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하게 됐다. 그는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서, 나와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유권자의 권리를 소중하게 행사할 생각”이라고 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투표소 앞에서 인증샷도 찍을 거예요. 사전투표하고 인증사진 올린 친구들, 솔직히 샘났어요.”
‘태어나 18년 동안 해본 선거라고는 학교 반장 선거밖에 없다’는 대학생 김형주씨. 민주공화국 시민으로 처음 투표권을 행사한다는 생각에 은근히 설렌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김씨는 만 18세이다. 지난해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 연령이 만 19세에서 1년 하향된 덕에 2001년생인 그도 생애 첫 권리 행사의 기회를 얻게 됐다. 처음엔 ‘굳이 투표를 해야 할까’ 심드렁한 마음이었지만, 배달된 공보물을 본 뒤 생각을 고쳐먹었다.
“시민이 대표자를 직접 뽑게 되기까지 힘겨운 싸움과 숭고한 희생이 있었다고 배웠어요. 정치가 실망스러워도 권리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주권자가 바로잡지 않으면 실망스러운 정치가 계속 이어질 테니까요.”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본투표가 15일 아침 6시 전국 투표소에서 시작된다. 문재인 정부 집권 4년차를 앞두고 치르는 이번 총선은 지난 3년의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코로나 이후’ 본격화할 사회 개조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지을 ‘정초 선거’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 역대 어느 선거보다 유권자들이 던질 한표 한표의 정치적 무게가 남다른 이유다. 유권자들의 뜨거운 참여 열기는 26.7%에 이르는 사전투표 참여율에서 확인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실시한 1·2차 유권자 의식조사에서도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 비율이 역대 어느 총선보다 높았다.
거대 양당의 ‘꼼수’ 위성정당 창당으로 정치에 대한 냉소와 실망이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지만, 사전투표에서 나타난 높은 투표 열기는 대한민국이란 정치공동체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증표라고 볼 수 있다. ‘나쁜 선거’를 바로잡는 것은 유권자들의 ‘좋은 투표’라는 건강한 상식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기를 우리는 희망한다.
‘18살 김형주’는 15일 오후 가족들과 투표를 한 뒤 치킨을 먹으며 개표방송을 지켜볼 생각이라고 수줍게 웃었다.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된다면 코로나 우울증 따위는 훌훌 사라질 것”이란 김형주의 소박한 바람 앞에서, 섣불리 거둬들일 뻔했던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다시 키우게 된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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