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과 황교안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황교안 선거사무소에서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황교안 통합당 대표에게 “당 지도부에서 ‘제발 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달라’고 지시하라”며 당 내부에서 불거진 각종 설화에 대해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황 대표의 서울 종로 선거사무소를 찾아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엔번방 사태’ 같은 정확한 확신도 없는 것을 자꾸 이야기하면 혼란스러움만 일으키고 쓸데없이 상대방에게 빌미를 주는 짓”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전날 이진복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기자들과 만나 “(여권 인사의) ‘엔번방 사건’과 관련된 많은 제보가 있었고, 선거 중에 이를 제시하려고 한다"고 말한 데 대한 반발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가급적 입을 닫고 있으라고 하라. 다른 일을 못 하더라도 입을 다물고 있음으로써 선거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황 대표는 별다른 반응 없이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김 위원장과 회동 뒤 ‘엔번방 폭로’ 관련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는 “엔번방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참여한 사람이든 주도한 사람이든 최대한의 엄벌을 해야 한다. 여성에 대한, 아동에 대한 범죄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 일관해야 한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김 위원장은 황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세월호 막말’을 한 차명진(경기 부천병) 후보에게 ‘탈당 권유’을 발표한 한 당 윤리위원회 처분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거듭 반발했다. 그는 “윤리위가 그런 식으로 판단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이미 정치적으로 후보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했으면 정치 상황과 선거를 기준으로 판단해야지, 재판하는 식으로 요건이 되느냐. 안 되느냐 하며 소란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어제저녁 제가 입장문을 내서 정리했다”고 답했다. 전날 황 대표는 “차 후보는 더는 우리 당 후보가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는 입장을 내며 사태를 진화하려 했다.
김 위원장은 또 “정상적인 선거였으면, 지난 3년간 정부의 여러 실책에 대한 판단으로 야당이 쉽게 이길 수 있는 선거였는데, 코로나 사태가 겹치면서 상당히 불투명하게 보이는 것 같다”면서도 “여론조사에서 (황 대표와 이낙연 후보의) 격차가 줄어든 것을 보면 최종적으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황 대표의 혜화동 대명거리 유세에도 동행하기로 했다.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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