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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양당 ‘위성정당’ 횡포에 소수정당 설땅은 오히려 줄었다

등록 2020-03-25 21:25수정 2020-03-26 02:33

민주 ‘꼼수 비례정당’ 휘말리며
정의당은 지지율 곤두박질
녹색당·미래당도 치명적 타격

통합당도 위성정당…연비제 무력화
“다당제 무산…양당 의석수 늘 것”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과 비례대표 후보들이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을 닮은 정의당 공약집 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과 비례대표 후보들이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을 닮은 정의당 공약집 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총선이 코앞이지만 거대 양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 선거 이슈를 뒤덮으면서 원내 진출을 노렸던 소수정당의 입지가 과거보다 더 좁아졌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그 위성정당들이 선거법 개정 이전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기득권 양당 구도가 더 굳어지고 고질적인 대결 정치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진보적 소수정당들은 더불어민주당의 ‘꼼수 위성정당 창당’ 과정에 휘말리면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현재 수치로 드러나는 소수정당의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정의당 지지율은 4%로 추락했다. 2018년 6월 이후 최저치다. 선거연합정당 참여를 둘러싼 내홍도 아직 다 가시지 않았다. 선거연합정당 참여 압박 속에서도 버틴 정의당이 이 정도이고, 참여를 선언했다가 상황이 꼬인 녹색당과 미래당 등은 더 심각하다. 녹색당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선거연합정당 참여에 반발하며 탈당한 분들이 많다”며 “지금은 독자노선을 가겠다고 선언했지만, 그 과정에서 지도부가 흔들렸던 건 사실이다. 내상이 깊고 타격을 심하게 입은 상태”라고 말했다. 참여를 번복한 미래당 역시 청년세대를 대표한다는 당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심한 상처를 입었다. 시민사회단체와 각계 원로들이 참여해 민주당에 연합정당을 처음으로 제안했던 정치개혁연합 역시 무기력하게 해산 절차에 들어갔다.

범진보진영이 내분에 휩싸이고 다양한 소수정당을 위기로 몰아넣은 가장 큰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민주당이 작은 정당을 무너뜨렸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정의당도 (선거연합정당에 참여하는) 당원 총투표를 해야 한다’고 폭력을 휘둘렀다. 정의당은 몰아치는 태풍에 간신히 버틴 것이고, 녹색당과 미래당은 휩쓸렸다가 튕겨 나왔다. 소수정당 지지자들이 다 ‘그로기’ 상태가 됐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원은 이어 “선거법을 바꿨지만 구체제에서 이득을 보던 거대 양당이 바뀐 제도를 무력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투표해봐야 거대 양당이 다 가져간다’고 생각하는 소수정당 지지자들이 투표하러 가지 않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거제 개혁 전인 20대 국회보다 거대 양당이 더 많은 의석을 ‘싹쓸이’할 수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소선거구제에서 거대 양당이 과대대표 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소수정당을 찍는 유권자의 표가 사표가 되지 않도록 하자는 선거법 개정 취지는 이미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무력화됐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는 “과대대표라는 건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것보다 더 많이 의석을 가져가는 것인데, 민주당과 통합당은 지역구 의석만으로 이미 과대대표가 돼서 연동형 의석을 가져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위성정당을 만들어 지지율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며 “다당제를 향한 일보 전진은 무산됐다. 과거보다 양대 정당의 총 의석수가 더 많아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서영지 황금비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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