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비례연합정당에 불출마 의원들을 보내는 문제 등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당사에 들어서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더불어시민당의 시민 추천 비례대표 후보 중 절반이 4·15 총선 뒤 민주당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또 시민당으로 ‘파견’이 확정된 제윤경 의원(비례대표)은 시민당으로 당적을 옮긴 뒤에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직을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당이 35명의 비례대표를 발표한 것을 두고서도 안팎에선 ‘졸속 검증’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권발 ‘위성정당’ 논란이 곳곳에서 불거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선거 자체를 희화화하고 파행으로 몰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 시민 후보 4명 민주당 간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낮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에 불출마하는 의원들을 만나 직접 설득 작업에 나섰다.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더불어시민당이 우리 당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그러려면 의원들이 많이 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사무총장도 거들었다. 윤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30석 이상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당 등까지 더하면 과반도 가능하다’며 ‘다만 비례대표 앞번호를 받으려면 (파견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불출마 의원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총선 뒤 시민당과 합당하는 계획도 소개됐다. 윤 총장 설명에 따르면 시민당 비례대표 1~10번을 부여받은 사람 중 소수정당 2명(시대전환, 기본소득당)을 제외한 나머지 8명 중 절반은 합당 뒤 민주당에 남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나머지는 무소속으로 활동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현재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으로 활동 중인 제윤경 의원에게는 “시민당으로 ‘파견’가더라도 (비례대표로 출마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변인으로 계속 활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시민당 소속 의원이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을 맡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파견을 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역구 의원은 이훈·신창현·이규희·이종걸 의원과 비례대표 3명(제윤경·정은혜·심기준) 등 총 7명이다.
■ 후보 1명 검증에 10분?
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검증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누가 봐도 물리적으로 후보 검증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오후 3시에 마감된 비례대표 후보 선출에 응모한 사람은 78명에 달했다. 오후 5시에 시작된 공천관리위원회 회의는 다음날 아침 6시30분에 끝났다. 공관위가 1명의 후보를 검증하는 데 걸린 시간은 대략 10분 안팎이었던 셈이다. 한 공관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후보들이 낸 자료를 보고 검증을 했다. 그걸로는 부족하니까 공관위원들이 인터넷을 검색하며 검증을 했고, 한밤중에 전화해서 본인 확인도 하고, 집안 재산이나 토지 등도 인터넷을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당선이 거의 확실시되는 국회의원을 뽑는데 본인이 낸 자료와 인터넷 검색에만 의존해 부실한 검증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커지는 후보 리스크
현재 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1~10번은 소수정당 몫(시대전환, 기본소득당) 2명을 제외하고 모두 시민 추천으로 이뤄졌다. 비례대표로 나선 후보들이나 소수정당의 ‘갈지자 행보’도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시민당 비례대표 9번을 받은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식으로 비례연합정당 만들면 유권자들이 표를 줄까요. 한국정가 조금이라도 진전될 걸로 기대했는데 민주당 참 실망”이라고 썼다. 다음 날도 “이러나저러나 녹색당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전환의 이원재 공동대표도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비례민주당을 추진하겠고 쓴 페이스북 글을 보고 눈물이 왈칵 났다”며 “내가 한때 존경하고 따르던 586세대 운동권 선배들이 결국 이런 막장 정치를 하면서 세상을 망치고 마는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대전환은 시민당에 참여하고 조정훈 공동대표는 비례대표 6번을 받았다.
시민당의 후보 리스크는 그대로 민주당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출신 한 비례대표 후보는 “그들이 바라는 정치가 드러나고 검증되는 시간이 없는 상태에서 앞순위에 배치됐다. 앞으로 문제가 생긴다고 하면 당 차원에서 위험관리를 해야 하는데 시민당은 그럴 여력이 없다”며 “엄청 급하게 만들어진 당인 만큼 문제가 생겨도 덮는데 급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김원철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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