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온 15일 서울시 선관위가 국회 앞에 내건 총선 안내 펼침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① 정권지원론이냐, 정권심판론이냐
하루가 멀다 하고 다양한 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된다. 어떤 게 진짜 민심인지는 선거를 치러봐야 안다. 여론조사 결과를 좀 더 과학적으로 들여다볼 방법은 없을까? <한겨레>는 4·15 총선을 앞두고 서울대 국제정치데이터센터와 함께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 분석했다. 누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예측치를 산출하는 ‘메타분석’으로 민심의 추이를 한층 세밀하게 독해하려고 한다.
21대 총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여론조사 기관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연일 격전지와 관심지역의 여론조사 결과가 뉴스에 오르내리지만, 지지율이란 수치로 전달되는 민심의 온도는 제각각이다. 여론조사 수치는 흔히 ‘수학화된 민심’으로 불린다. 그러나 수학적 추상화는 현실의 구체성과 역동성을 불가피하게 훼손하는 까닭에, 그 수치를 수용하고 해석하는 과정 역시 분별력과 신중함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한겨레>는 서울대 국제정치데이터센터와 함께 지난해 9월부터 3월 둘째 주까지 6개월 동안의 정당지지율 조사를 종합해 ‘메타분석’을 했다. 활용된 데이터는 여론조사 업체 23곳이 실시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한 전국단위 여론조사다. 분석 결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36.47%, 미래통합당은 24.76%, 정의당 지지율은 6.97%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베이스(Bayes) 모형에 기초해 개별 조사의 편향성을 통제하고 인구 비율과 표본 크기를 고려해 추산한 값이다.
이번 분석은 미국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의 조사방법론을 따르고 있다. 그는 미국 내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2008년 대선에서 50개 주 가운데 49개 주의 선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한 데 이어 2012년 대선에서도 50개 주의 선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 명성을 떨쳤다.
이번 <한겨레> 분석에서 특징적인 점은, 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율은 조사기관들이 대체로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 것과 달리, 미래통합당 지지율의 경우 조사기관마다 편차가 유독 심했다는 점이다. 지금의 여론조사가 미래통합당 지지층의 민심을 정확하게 잡아내지 못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들쭉날쭉’한 통합당 지지율에는 조사 방법의 차이가 중요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의 지지율이 ‘후하게’ 나온 조사는 자동응답전화(ARS) 조사 비율이 높았다. 반대로 통합당 지지율이 ‘박하게’ 나온 조사는 면접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묻는 전화면접조사가 많았다. 통합당 지지율이 낮게 나타난 조사는 무당층 비율이 30∼40%로 상당히 높게 나타난 점으로 미뤄, 무당층의 상당수는 통합당 지지의견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샤이 보수층’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구체적 추이를 보면 민주당은 지난해 9~10월 ‘조국 사태’를 거치며 주저앉았던 지지율을 11∼12월을 지나며 ‘원상회복’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최근 지지율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가파른 등락을 보이고 있다. ‘중국인 입국 금지’ 논란이 벌어진 지난 1월을 거치며 다소 꺾였던 민주당 지지율은 같은 달 29일 중국 우한 교민 송환이 시작되면서 반등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대구·경북 지역에 집단감염 사태가 확산되고 ‘마스크 대란’까지 겹치며 민주당 지지율은 다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통합당의 지지율은 20%대 중반의 ‘박스권’에 갇혀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5월 장외투쟁을 통해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이 20%대 후반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렸지만 같은 시기 민주당의 상승세도 함께 나타나면서 두 당의 격차는 꾸준히 10~12%포인트를 유지했다.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둘째 주에는 한국당이 28%까지 오르면서 민주당과 7%포인트까지 격차를 좁혔지만, 같은 달 14일 조 전 장관 사퇴로 조국 사태가 정치적 변곡점을 맞으면서 한국당 지지율은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갔다.
통합당의 지지율은 최근에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범보수연합’의 형태로 통합당이 창당할 때 지지율은 27.6%로 정점을 찍었지만, 곧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중진·다선 의원에 대한 물갈이 공천으로 지지세의 반등을 노렸지만, 한번 내려앉은 통합당의 지지율은 좀체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잇따른 악재로 ‘정권 심판’ 정서가 확산되고 있지만, 민주당이 여전히 자신감을 유지하는 이유다.
그러나 지금 추세가 총선까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미래통합당을 지지하는 사람만 미래통합당 후보를 뽑는 게 아니다. 중도·관망층의 여론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지지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모멘텀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통합당의 비호감도가 줄어들면 ‘여당 심판론’은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의당 지지도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완만한 내리막을 걸어왔다. 조국 사태 국면에서 당의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이 이유로 꼽힌다. 정의당 지지율은 지난해 9∼10월 소폭으로 내려앉은 뒤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채 6%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월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이 통합해 만든 민생당도 성적이 저조하기는 마찬가지다. 민생당은 기존 세 정당의 지지율의 산술적 합만큼의 지지율도 내지 못하고 1∼2%에 머물러 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의 ‘대구 의료봉사’를 계기로 최근 5%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