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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뉴스 AS] 채이배는 왜 동료 의원에게 ‘문자 폭탄’을 보냈나

등록 2020-03-11 05:00수정 2020-03-11 15:13

채이배 민생당 의원 인터뷰

인터넷전문은행법 부결 위해
친전-문자-만나서 읍소 전략
“재추진 막겠다…불법기업 대주주 안돼”

21대 총선에서 “당이 요청하면…”
“비례 연합당 논란?
민주당 역풍·민생당 소멸 가능성”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부결됐다는 내용이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부결됐다는 내용이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채이배 민생당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채이배 의원실 제공
채이배 민생당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채이배 의원실 제공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은 재석 184인 중 찬성 75인, 반대 82인, 기권 27인으로 부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이 본회의에 올라가 부결되는 건 이례적이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의원이 형사소송법 개정안 부결을, 19대 국회에선 김관영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예산 부수 법안인 ‘상속세 및 증여세법 수정안’ 부결을 이끌어 주목받았다. 20대 국회에선 ‘인터넷전문은행법’ 부결이 그 명맥을 이었다.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 재상정 추진은 절대 안 된다. 국회의원들의 결정을 뒤집고 헌법기관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의원들을 계속 설득하고 시민사회와 법안 부결을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 기준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전력(벌금형 이상)을 제외하는 것이다. 애초 개정 발의안에는 공정거래법과 함께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까지 삭제하게 돼 있었으나 공정거래법은 빠졌다. 이를 두고 ‘케이티 특혜’ 시비가 붙었다. 케이뱅크는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케이티를 대주주로 전환해 지분을 34%까지 늘리고 자본금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지난해 4월 공정위가 담합 혐의로 케이티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금융위원회는 케이티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한 상태다.

“부결 위해 다시 노력하겠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은 금융소비자보호법과 패키지(일괄처리) 법안으로 묶여 처리될 예정이기도 했다. 여야 합의까지 거친 사안으로 5일 본회의 부결은 ‘이변’으로 평가된다. 이변의 주인공으론 채 의원이 지목된다. 채 의원은 이번 국회 내내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을 반대하는데 앞장서 왔다. 뼈대는 ‘공정한 경제생태계’였다. 반대편에선 의도를 폄하하고 “핀테크 등 혁신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지난 4일 오후 인터넷전문은행법이 법사위를 통과한 뒤 법사위원인 채 의원의 발걸음은 더 바빠졌다. 채 의원은 당시 법사위 회의에 불참하고 본회의에서 법안을 막을 방법을 고민했다고 한다. 여러 차례 친전 내용을 가다듬고 어떤 방법으로 동료 의원들 한 명 한 명을 설득할 수 있을지 숙고했다.

‘존경하는 의원님께’로 시작되는 다섯 페이지짜리 친전은 ‘맞춤형’으로 쓰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겐 4+1 협의체의 성과를, 미래통합당 의원들에겐 자유시장 경제와 공정사회의 철학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채 의원은 이 친전을 민주당, 통합당, 정의당, 민생당 등 의원 190여명에게 보냈다.

채 의원의 ‘설득작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채 의원은 친전 주요 내용을 갈무리해 의원들에게 여러 차례 문자 메시지로 호소했고, 부결 의지를 가진 일부 민주당 의원들에겐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 문제제기해줄 것을 부탁했다.

본회의가 개의되고 나서도 표결 직전까지 의원들 자리를 오가며 눈을 마주하고 읍소했다. 다시 문자 메시지 ‘폭탄’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의원들한테 문자 메시지가 얼마나 많이 쏟아지는지 아니까, 제일 상단에 보이기 위해 여러 차례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채 의원 방에 있는 화이트보드엔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해 짜인 일정과 방법들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되고 마지막 반대 토론자로 나선 채 의원은 “국민이 돈을 맡기는 은행의 주인이 도둑질하고 사기 치는 사람이면 되겠냐”며 “오늘 올라온 개정안은 독과점,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갑질, 담합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여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해친 자도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 의원 외에도 박용진 민주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반대 토론에 나섰다. 통합당에서는 정태옥 의원이 찬성 토론을 했다.

투표 뒤 결과는 부결이었다. 통합당 의원들은 민주당 등 다른 정당들이 여야 합의를 깼다며 항의하고 집단 퇴장했다. 정족수 미달로 본회의는 정회했다. 반대 82인, 기권 27인 중엔 통합당 의원들도 있었다.

채 의원은 ‘현 법안이 핀테크와 서민금융을 막고 있다’는 통합당 주장에 대해선 “아이티(IT)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 사업이 독과점 상태다. 아이티 기업만 봐줘야 한다는 논리는 말이 안 된다”며 “핀테크 산업은 이 사안과는 무관하게 진행될 수 있다. 혁신을 막는 게 절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 전문은행을 은행이기 이전에 핀테크 기업으로 본다는 것은 인터넷 전문은행 기능의 본질적인 부분 대신, 부차적인 부분을 과도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후 ‘공개 사과하고 총선 뒤 처리를 약속한 것’에 관해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정무위 합의만 있었고 원내대표단의 합의도 아니었다. 당론도 아니었다”며 “총선 뒤 5월에 본회의가 열리면 부결을 끌어내기 위해 다시 노력하겠다. 법안이 다시 정무위와 법사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법사위원으로서도 문제를 제기하겠다. 별도로 시민사회와 함께 법안 부결을 위한 행동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채이배 의원실 제공
채이배 민생당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채이배 의원실 제공

“총선 판 지켜볼 것…당이 요청하면 지역·비례, 뭐든 하겠다”

이날 채 의원은 한달여 남은 4·15 총선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최근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비례연합당 논란에 대해 “제3 지대에서 당을 지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여기까지 온 건데 선거공학적으로 바라보고 이합집산하는 것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민주당도 역풍을 맞을 수 있고 우리 당은 소멸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채 의원은 이어 “청년·미래 세력과 함께 중도 정당, 제3 지대에서 뭉친다면 한 번 더 (당을 회생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중도 표심을 투표장으로 끌어내 우리 당 표를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에 붙어서 해보려는 것은 전략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당을 지키며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인데 그걸 다 무마시켜버리는 스탠스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채 의원은 아직 21대 총선에서 어느 지역에 출마할지 결정하지 않았다. 그는 “총선 판이 정리되고, 지역출마나 비례출마나 당과 당원들이 바라는 것이 있다면 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전에 우리 당이 어떤 스탠스를 가져가는지를 먼저 정리해야 한다. 다른 당에 붙어 총선을 치른다면 희망이 없겠지만, 중도 색채를 분명히 하고 청년 세력과 규합한다면 나설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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