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영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월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관리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청년 후보를 키우고 출마 후보 중 여성을 30% 배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지금껏 진행된 다섯차례 경선을 통과한 2030 청년 후보자는 겨우 1명이었다. 경선에서 이긴 여성 후보자도 8명뿐이었고, 그중 7명은 현역 의원이거나 청와대 출신이었다. 연초 청년·여성 인재 영입 등이 잠깐 주목을 받았지만 공천 막바지에 이른 지금의 성적표는 초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한겨레>가 민주당의 다섯차례 경선 결과를 분석해보니, 경선이 치러진 81개 지역 178명의 후보자 가운데 2030 후보자는 3명(1.6%)뿐이었다. 장철민(대전 동구)·정은혜(경기 부천시오정구)·김빈(서울 마포갑) 후보가 경선에 나섰지만, 장 후보만 경선에서 이겼다. 장 후보가 청년 가산점 15%를 받았지만 권리당원·일반시민 투표에서 모두 상대 후보를 앞섰기 때문에 승패를 가른 원인은 아니었다. 청년이자 여성인 정은혜 의원은 “청년과 여성을 위해 가산점을 준다고 하지만, 실제는 본인의 득표율에 대비해 가산점을 주는 것이어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청년’과 ‘여성’은 명분이 필요할 때만 구색 맞추기용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5월 총선 공천룰을 확정하며 여성과 청년 후보자의 가산점을 최대 25%까지 확대했다고 홍보했지만, 현실에선 여성과 청년 인재를 지원하는 효과를 전혀 내지 못한 셈이다.
민주당이 뒤늦게 청년을 우선 공천하는 지역구를 발표한 것을 두고도 뒤늦은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5일 ‘미투 의혹’이 제기됐던 민병두 의원(서울 동대문구을)을 공천배제하면서 이 지역을 포함해 서울 강남구병과 경기 안산단원을 지역을 ‘청년우선전략선거구’로 지정했다. 동대문구을 출마를 준비 중인 장경태(36) 민주당 청년위원장은 “50대에 청와대에 근무하다가 나오더라도 정치신인이면 25% 가산점을 받는다. 하지만 청년은 나이에 따라 10~25%를 차등부여받는다”며 “가산점을 차등적용하지 말고 득표와 상관없이 25%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 공천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 경선을 마친 178명의 후보자 중 여성 후보자는 21명(11.7%)에 그쳤고, 그중에서 현역 의원(서영교·박경미·이재정·정춘숙·송옥주)과 청와대 참모 출신(남영희·문정복), 양향자 전 최고위원 등 8명(4.4%)만 경선을 통과했다. 현역이거나 확실한 이력이 없으면 도전조차 쉽지 않았던 셈이다. 후보자 공천이 최종 마무리된 건 아니지만 이런 상태라면 민주당 여성 의원 수는 20대 국회 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가 ‘당선 가능성’ 등을 이유로 여성 후보의 입지를 위축시키는 일도 있었다. 인천 부평갑 지역의 경우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을 단수공천하기로 했지만, 당 최고위원회는 홍 전 구청장과 이성만 전 인천시의회 의장의 경선을 결정한 재심위원회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두 후보 간 격차가 크지 않다”는 게 재심위와 최고위가 단수공천 결정을 뒤집은 이유였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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