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왼쪽)이 2일 오전 국회에서 대구·경북 지역 공천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화상 면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과감한 ‘칼질’에 당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보수 통합을 통해 당에 합류한 인사들이 공천을 받기 시작하면서 옛 자유한국당 출신 의원들 사이에선 ‘역차별을 받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공천 배제(컷오프)된 의원 5명 중 다수가 친박(근혜)계로 분류되면서, 잠잠했던 계파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김순례 최고위원은 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관위의 컷오프 결정은 혁신을 빙자해 희생 수단을 삼은 것”이라며 “외부 인사는 성골·진골이 되고, 당을 지킨 사람들은 육두품처럼 내쳐지고 자유를 빼앗기고 있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특정 계파 죽이기에 나섰다는 비난이 있다”고 반발했다. 앞서 공관위는 김 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경기 성남분당을에 김민수 당협위원장을 단수공천 한 바 있다.
민경욱 의원(인천 연수구을·초선)도 이날 페이스북에 영어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글을 올리며 컷오프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추가 입장문에서 “당선 가능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도록 공관위에 당내 경선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컷오프된 윤상현 의원(인천 미추홀을·3선)은 이미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한편 통합당 공관위는 이날 코로나19 확산으로 미뤄왔던 티케이(대구·경북) 지역 예비후보자 면접 심사를 진행했다. 국회 본회의에 출석한 현역 의원들은 대면면접을, 나머지 예비후보들은 화상면접 형식으로 진행했다. 공관위는 면접에서 현역 의원들에게 불출마를 권고하고 거센 압박성 질문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역 의원들이 ‘무소속 출마’ 배수진을 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대거 물갈이로 결론 내려질 경우 당내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합당이 이날 홍준표 전 대표가 출마를 선언한 ‘경남 양산을’에 대해 추가로 지역구 후보자 추천 신청을 받은 것도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를 거부한 홍 전 대표를 컷오프하는 수순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공관위는 이날 서울 영등포갑에 문병호 전 의원, 송파을에 배현진 전 <문화방송> 아나운서를 단수추천했다. 이혜훈 의원(3선)이 컷오프된 서울 서초갑에는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우선추천했다. 또 서울 은평을에는 허용석 전 관세청장, 강동갑에는 이수희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 강동을에는 이재영 전 의원을 단수추천했다. 서울 마포구을(김성동·김철)과 강서구병(김철근·이종철)은 경선 지역으로 확정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당을 오래 지킨 분들이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공관위원 누구도 자기 몫을 챙기려 한다든지 계파나 대타로 하는 것은 요만큼도 없다”며 “그런 평가에 일일이 대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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