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영등포 신천지 교회가 서울시로 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21일 부터 교회가 폐쇄되어 교회로 오르는 승강기는 정지(파킹 PK) 상태로 있고, 입구는 철제 의자로 승강기 앞을 가로막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마저 이를 이용해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공식 병명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신 지역명을 넣은 ‘○○ 폐렴’ 등의 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증오와 배제의 레토릭을 세력 규합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23일 입장문을 내어 “대구·경북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관련 특별법을 조속히 논의하고 통과시킬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며 “특별법 제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황 대표는 코로나19를 ‘우한 폐렴’이라고 일컬었다. 황 대표는 지난달 29일 “지금 청와대가 우한 폐렴 명칭이나 고치고 있는데 거기에 신경 쓸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한 이후 줄곧 ‘우한 폐렴’이란 명칭만 사용하고 있다. 황 대표의 이런 발언은 정부가 중국에 할 말을 하지 못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실패했다는 주장을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대구 동구갑 선거구에 출마한 김승동 미래통합당 예비후보는 코로나19를 아예 “문재인 폐렴”으로 비유해 논란이 됐다.
일부 보수신문이 여전히 ‘우한 폐렴’ ‘우한 코로나’라는 명칭을 고집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조선일보>는 22일치 1면 기사에 코로나19를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적는 등 지금껏 ‘우한’이라는 명칭을 쓰는 걸 유지해왔다. 지난 21일 한국기자협회가 ‘코로나19로 공식명칭을 보도할 것’ 등을 담은 보도준칙을 제정했지만 반영하지 않았다.
황 대표와 <조선일보>의 이런 ‘우한’ 명칭 고집은 미래통합당 소속 대구 지역 지자체장 등이 ‘대구 코로나’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라고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 비춰보면 모순적인 태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미래통합당 소속인 권영진 대구시장은 23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대구 코로나’ 같은 말들이 실과 바늘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가뜩이나 어렵고 힘든 대구 시민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라며 “‘우한 폐렴’이 아니듯 ‘대구 폐렴’도 아니다. 코로나19라는 정확한 용어를 사용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가슴 아픈 일은 일부 매체나 온라인상에 돌고 있는 ‘대구 폐렴’ 혹은 ‘티케이(TK) 폐렴’이라는 말”이라며 “안 그래도 마음이 스산한데, 대구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듯한 표현은 정말 참기 어렵다. ‘우한 폐렴’이라는 명명이 인도적이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20일 중앙사고수습본부와 행정안전부 합동으로 배포한 코로나19 관련 보도자료에 ‘대구 코로나19’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비판이 일자 이날 사과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명칭이 본질과 관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국제적 규범이나 권고를 무시하고 부자연스럽게 명명하는 것은 극단적인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꼬집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