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당 창당준비위원장이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 1차 중앙운영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전 의원의 국민당(가칭)이 당색 가로채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9일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를 발족하며 새로 정한 당색(오렌지)이 민중당의 기존 상징색과 겹친다는 이유에서다.
민중당 이은혜 대변인은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하고 “원내정당인 민중당이 3년째 사용해오고 있는 주황색을 국민당은 단 한마디의 상의나 양해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선포했다. 관련 문제로 면담을 제의했으나 안철수 대표 쪽은 ‘민중당은 주황색이지만 우리는 오렌지색이다. 그런 일로 대표 간 면담은 불필요하다’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민중당은 이어 “우리 어린이들이 보는 동화책에 ‘오렌지는 주황색’이라고 돼 있다. 이걸 다르다고 주장하시는 안철수 대표께 초등학교 미술수업부터 다시 듣고 오라 해야 하나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또 “국민당의 주황색 가로채기는 영세상인이 닦아놓은 상권을 재벌 대기업이 와서 침해하는 것과 같다. 소수정당이 가꿔온 이미지를 ‘안철수’라는 유명세를 이용해 앗아가 버리다니, 대기업 갑질과 무엇이 다른가. 그게 안 대표가 떠들던 공정이냐”고 반발했다. 민중당은 원내 1석(김종훈 의원)을 보유한 진보정당이다.
반면 국민당 쪽은 “정열이나 희망 같은 단어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특정 정당만 소유할 수 없는 것처럼 색깔도 지적 재산권을 제한할 수 없다”며 “국민당은 (주황색이 아닌) 오렌지색이다. 조금 더 비비드(Vivid) 하다”는 입장이다.
김수민 국민당 대변인은 이날 <한겨레>에 “희망을 상징하는 오렌지색을 특정 정당이 어떻게 독점하겠느냐”며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총선을 앞두고 경쟁하는 입장에서 불필요한 전력을 소모하는 느낌”이라고 반박했다.
국민당은 이날 창준위 중앙운영위원회 회의를 열어 오는 23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애초 예고한 중앙당 창당대회(3월1일) 일정보다 일주일 앞당긴 것이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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