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젊음의 거리’를 찾아 공실 상가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9일 서울 종로구 공실 상가를 돌아보며 “종로의 경제를 반드시 살리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종로 출마를 선언한 황 대표는 이날 ‘젊음의 거리’에 있는 공실 상가를 시작으로 모교인 성균관대학교와 정독도서관 등을 방문하며 ‘지역구 다지기’에 나섰다.
이날 오후 ‘젊음의 거리’를 찾은 황 대표는 공실 상가들을 둘러보며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젊음의 거리’에는 한집 걸러 하나씩 임대 현수막이 붙었다. 일요일인데도 외식이나 쇼핑을 나온 주민들 없이 거리는 한산했다. 근처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구아무개(79)씨는 길에서 황 대표를 만나자 “장사가 안돼 야반도주하는 사람도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황 대표는 이곳을 찾은 청년들을 만나 “어려울 때 이런 곳 방문해주셔서 감사하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도 자주 들러주시면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힘이 된다. 여러분이 애국자다”라고 말하며 악수 대신 주먹을 맞대는 인사를 했다.
공실 상가들로 변한 ‘젊음의 거리’를 둘러본 황 대표는 “제가 아는 종로는 경제·정치의 중심지였다. 활기차고 많은 분이 오가는 곳이었는데 지금 보니 옛날 활력은 다 없어지고 문을 다 닫았다.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정책으로 망가뜨린 종로의 경제 되살려내도록 하겠다”며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피해 보는 분들 생기지 않도록, 비싼 임대료 때문에 가게 비워야 하는 분이 줄어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모교인 성균관대학교로 이동한 황 대표는 “오늘이 일요일이라서 나오지 않은 학생들이 많겠지만 그래도 예전에는 주말에도 학생이 많았다”며 “경제 실태가 반영된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근처 건물들을 둘러보며 “처음 학교 다닐 때 있던 건물들은 하나 남기고 다 바뀌었다”며 “그때는 공실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학교 근처 상가들을 돌아보며 민심을 살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휴업한다는 카페를 잠시 바라보고 “(경기가 안 좋아서 가게들이) 문을 다 닫았다”는 주민의 목소리를 들었다. 황 대표는 30년째 운영하는 한 분식점에서 떡볶이와 어묵을 먹으며 “(학창시절 때) 라면 살 돈이 없으니 도시락을 싸서 라면 국물만 달라고 해서 밥을 먹었다. 라면이 삼백원이면 라면 국물은 오십원 정도 했다”고 말했다. 이때 황 대표는 어묵에 간장을 바르는 붓을 보며 “이건 어떻게 먹는 거죠?”라고 묻기도 했다.
이후 황 대표는 모교인 경기고등학교의 예전 부지에 위치한 정독도서관을 방문해 종로와의 인연을 한번 더 강조했다. 황 대표는 “젊었을 때 다닌 학교를 다시 보니까 감회가 새롭다”며 “정말 어렵게 학교에 다녔는데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고등학교‧대학교이기 때문에 마음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총선 전략에 대해 “종로구민들의 마음을 얻는 게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건 경제를 먼저 살리기 위한 노력”이라며 “또 한 가지 큰 목표는 문재인 정부 심판이다. 밤잠을 자지 않고서라도 돕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날 불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에 대해 “자유우파 대통합을 위해 어려운, 귀한 결단을 했다”고 평가했다. 황 대표는 이어 “이런 것 하나하나를 모아 모멘텀 삼아 문재인 정권과 싸워 이기는 자유우파가 되도록 단합·통합해야 한다. 똘똘 뭉쳐 문재인 정권 심판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이 ‘신설 합당’을 제안한 데 대해선 “우리가 추구해 가는 그런 방향이 자유우파의 대통합이다. 자유민주 세력의 대통합이란 측면에서 뜻을 같이해 주시는 점에 대해 대단히 고맙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유 의원과 곧 만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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