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10호 이탄희 전 판사(오른쪽)가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이해찬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를 밝히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이탄희 전 판사가 19일 더불어민주당에 ‘인재영입’ 형태로 입당했다. 사법농단을 고발하는 데 앞장선 이수진·최기상 전 판사에게도 민주당이 입당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판사들의 정치권행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인재영입식을 열어 이 전 판사를 ‘10호 인재’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이 전 판사는 기자회견문에서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 회복 없이는 경제 정의도, 공직사회 개혁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해 제도권 정치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비위 법관 탄핵과 개방적 사법개혁기구를 만드는 등 사법개혁 완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판사 출신들이 현실 정치에 곧장 뛰어드는 데 대한 논란에 대해선 “법원 개혁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하는 것으로 갈음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판사는 2017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재직할 당시 ‘법관 사찰’에 반대해 사표를 내면서 사법농단 의혹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이수진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와 최기상 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도 민주당 입당을 고민 중이다. 이수진·최기상 전 판사는 각각 강제징용 판결 지연 의혹과 사법행정권 남용 문제를 제기하며 법원행정처의 사법농단을 앞장서 비판해왔던 인물이다. 이들이 입당한다면 현직 판사에서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경우라 더욱 논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법관들의 정치권행이 판결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키울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다선 의원은 “판사가 일정 정도의 유예기간 없이 정치권으로 직행하면 판사 시절 판결과 언행 등이 모두 정파적이었던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이들의 영입을 추진하는 당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도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더라도, 법관이 사직 뒤 곧바로 여권에 입당해서 총선을 준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국민들이 판사의 정치 성향에 따라 내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 입문 시점과 상황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판사를 하다가 바로 총선에 나갔는지, 어느 정도 시점이 흘렀는지에 따라 달리 봐야 한다”며 “이탄희 전 판사의 경우 (사법농단 파문 이후) 법원에 계속 있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상황이 특수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에서 판사가 퇴직한 뒤 2년 내에는 청와대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한 것처럼, 판사들의 선출직 출마에 대해서도 관련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판사가 사직한 뒤 정치를 하는 것은 자유지만, 일정 기간 자제 내지 제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20대 총선 때도 송기석 전 광주지법 부장판사가 광주서구갑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박희승 전 수원지법 안양지원장은 사직 직후 민주당 후보로 선거에 나섰다 낙선했다.
황금비 박준용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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