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5선 원혜영 의원(오른쪽)과 3선 백재현 의원이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더불어민주당 5선 원혜영 의원(경기 부천오정)과 3선 백재현 의원(경기 광명갑)이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11일 밝혔다. 총선 예비후보 등록 개시일(17일)을 앞두고 나온 민주당 중진의 ‘용퇴 선언’에 한동안 잠잠했던 인적 쇄신론이 되살아날지 주목된다.
원혜영·백재현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정계 은퇴를 공식화했다. 원 의원은 “이번 20대 국회를 끝으로 저의 정치인생을 마무리하고자 한다”며 “나이 칠십에 시작하는 새로운 인생은 좀 느린 속도로 주변을 돌아보며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다시 도전해보겠다”고 밝혔다. 원 의원은 부천에서만 내리 5선을 했고,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당 원내대표와 민주통합당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원 의원의 이날 불출마 선언은 청와대가 이낙연 국무총리의 후임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특히 관심을 끌었다. 원 의원은 ‘오늘 선언이 후임 총리 인선과 관계가 있느냐’는 질문에 “선거(불출마)는 내 결단이지만 그건 제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 많은 얘기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민주당 안팎에선 이낙연 총리의 후임으로 김진표·정세균 의원과 함께 원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원 의원과 함께 불출마를 선언한 백재현 의원은 세무사 출신으로 광명에서 3선을 했으며, 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맡은 바 있다. 백 의원은 “남아 있는 숙제는 후배 정치인들에게 맡기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중진 의원이 불출마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선의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지만 선거를 앞두고는 이철희·표창원·이용득 의원 등 초선을 중심으로 불출마 선언이 이어져 왔다.
두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이해찬 대표의 입장문을 내여 “민주당은 지켜오신 두 중진 의원님께서 후배들을 위해 명예로운 결단을 해주셨다. 두 분께서 국회를 떠나신다니 아쉬운 마음, 그리고 보다 젊은 국회와 후배들을 위한 영단에 감사한 마음이 교차한다”고 밝혔다. 여권에서는 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중진들의 릴레이 용퇴로 이어질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당사자인 원 의원은 ‘중진 용퇴론’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는 “물갈이가 정치 변화와 발전의 핵심 요소는 아니다. 국회법에 정해진 회의도 안 하는 국회에 새로운 의원이 들어온들 달라지기는 어렵다. 국회야말로 노장층의 조화가 필요한 곳”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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