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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하준엄마 “국회에 고맙지 않다… 민생법안 처리했다 하지 말라”

등록 2019-12-10 18:08수정 2019-12-10 18:16

남은 어린이생명안전법 상임위 등에 계류중
지난 7월 국회 정론관 앞에서 고유미씨가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지난 7월 국회 정론관 앞에서 고유미씨가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하준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10일, 경사진 주차장에서 차량이 굴러오는 사고로 숨진 최하준(4)군의 어머니 고유미(37)씨는 “하나도 기쁘지 않다”고 말했다.

고씨는 “그간 (통과가) 되네 마네 몇번이고 반복해서 인터뷰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며 “그간에 너무 지쳐 이젠 감정도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하준이법이 통과됐지만 후련하지 않다”며 “아직 해인이, 태호·유찬이, 한음이가 남아있다. 이래놓고 국회가 일했다고 생각할까 봐 찜찜하다. 국회는 민생법안 처리했다고 하지 말라”고 했다. 고씨는 “임신 중이라 몸이 좋지 않아 국회에 직접 가지는 못했다. ‘하준이법’ 본회의 통과 사실을 다른 가족이 전해줘서 알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씨는 이날 하준이법과 민식이법이 통과된 뒤 아이들에게 “하준아 민식아, 우리 조금 더 기다렸다가 가자. 친구들이 아직 저기(정치판)에 있어. 거긴 맑고 깨끗한 너희들의 이름이 있을 곳이 아니야.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같이 가자”는 편지를 썼다.

하준군은 2017년 10월 서울랜드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이 굴러오는 사고로 숨졌다. 이 주차장에는 눈으로 확인하기 힘든 경사가 있었다. 이후 하준군의 이름을 따 경사진 주차장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임목 등을 설치하도록 한 주차장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경사진 곳에 주차장을 설치할 경우 고임목 등 주차된 차량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시설과 미끄럼 주의 안내표지를 갖추도록 했다. 이미 경사진 곳에 설치돼있는 주차장은 법 시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이같은 조처를 하도록 했다.

안전사고로 숨진 아이들의 이름을 딴 △한음이법(어린이 통학로 지정) △해인이법(어린이 응급조치 의무화)△태호·유찬이법(어린이 통학차량 안전 강화)은 상임위 등에 계류돼있다.

<고유미씨가 보내 온 글 전문>

하준이법이 통과된 것에 대해 저는 하나도 기쁘지 않습니다.

그간에 너무 지쳐 이젠 그럴 감정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하준이법이 통과된것은 하준이와 부모들 그리고 정치하는 엄마들 덕입니다.

국회에 고맙지 않습니다.

태호엄마와 더불어 저 역시 초기 임산부입니다.

사회적 약자인 임산부와 아이들 이름 만들어도 호흡이 어려운 유가족에게 국회가 한 짓이 얼마인데 국회가 고맙습니까?

아이들의 안전을 말한 죄로 우리는 정쟁과 모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우리에게도 이러한데 국회가 국민을 어떻게 보는지 아시겠지요.

민생법안 처리했다고 얘기하지 마십시오.

어린이 생명안전법안 통과했다고 얘기하지 마십시오.

한음이, 해인이, 태호·유찬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하준아 민식아 우리 조금더 기다렸다가 가자.

친구들이 아직 저기에 있어.

거긴 맑고 깨끗한 너희들의 이름이 있을 곳이 아니야.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같이 가자.

글·사진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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