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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친박의 생존전략…‘비박계 얼굴+친박 브레인’ 조합 택했다

등록 2019-12-09 22:45수정 2019-12-10 10:01

한국당 새 원내대표에 심재철 선출
전면 나서기 꺼리는 친박 부담 덜고 전투·협상력에 강점
‘황심’ 독주 부담스러운 의원들 ‘견제·안정’ 선택 분석도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왼쪽 둘째)가 황교안 대표(가운데)와 손을 잡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전 원내대 표, 심 신임 원내대표, 황 대표, 김재원 신임 정책위의장, 정용기 전 정책위의장.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왼쪽 둘째)가 황교안 대표(가운데)와 손을 잡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전 원내대 표, 심 신임 원내대표, 황 대표, 김재원 신임 정책위의장, 정용기 전 정책위의장.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자유한국당의 새 원내대표에 비박(근혜)계 심재철 의원(5선·경기 안양동안을)이 당선됐다. 정책위의장으로는 친박계 김재원 의원(3선·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이 짝을 이뤄 원내지도부가 됐다. 당 안팎에서는 ‘총선을 앞둔 친박의 본능적 생존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친박계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면 ‘퇴행’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만큼, ‘비박계 얼굴’과 ‘친박계 러닝메이트’ 조합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김 정책위의장이 전략에 능한 고수인 탓에, 당의 무게추가 김 의장 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거에서 4개 조가 출마한 가운데, 심재철-김재원 조는 1, 2차 투표에서 모두 최다 득표를 했다. 1차 투표에서는 39표를, 2차 투표에서 52표를 얻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가 나오지 않으면서 동점(28표)으로 결선에 함께 올랐던 강석호-이장우, 김선동-김종석 조는 각각 27표에 그쳤다. 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친박 재선인 김선동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며 ‘황심’을 업었다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개표 결과는 달랐다.

심 원내대표의 가장 큰 승리 요인은 정책위의장 파트너로 티케이(TK·대구경북) 3선이자 친박계 핵심인 김재원 의원을 선택한 점이 꼽힌다. ‘친박 브레인’으로 알려진 김 의원은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 둘 다 신뢰한 당의 막후 실력자다. 중량감을 갖춘 5선 의원이면서 수도권 비박계라는 심 원내대표의 출신 배경이 친박계가 전면에 나서는 것을 꺼리는 당의 분위기와 맞물렸고, 여기에 친박의 실력자와 손을 잡은 것이 시너지를 발휘했다는 얘기다. 한 중진 의원은 “친박 유기준 후보 표가 2차 투표에서 심재철 후보에게 간 데서 볼 수 있듯, 김재원 후보 때문에 심 의원이 ‘친황’으로 인식된 측면이 크다”고 했다.

심 원내대표의 파트너인 김 의원이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에 연루돼 사법처리를 걱정하던 의원들 마음을 파고든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김 의원은 투표 직전 현장 연설에서 ‘내가 내 편이 돼 주지 않는데 누가 내 편이 돼 주겠는가’라는 말을 소개하며 “혁신하고 쇄신하더라도 우리는 스스로를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우리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한 친박계 초선 의원은 “의원들이 막판까지 (김재원을 러닝메이트로 삼은) 심재철이냐, 김선동이냐를 고민하던 가운데 (연설을 듣고) 현장 표심이 심재철로 쏠린 것 같다”고 전했다. 국회 정상화 협상이 오후부터 바로 가동되는 상황에서 ‘즉시 전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예산을 챙겨야 하는 의원들 처지에선 현직 예결위원장으로서 예산안 협상을 도맡아온 김 의원의 전문성과 협상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황교안 독주 체제’가 부담스러운 중진 의원들이 황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심재철-김재원 조를 이심전심으로 밀어줬다는 분석도 있다. 단식 뒤 핵심 당직을 측근 인사로 채워 ‘친위체제’를 만들고, 임기 연장을 원하던 나경원 전 원내대표마저 미련 없이 정리한 황 대표를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보던 중진들이 5선과 3선의 후보 조합에 표를 몰아주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문제는 의원들이 ‘견제와 안정’이라는 현상 유지를 택한 상황에서 한국당의 과감한 ‘쇄신’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식 협상 창구인 심 원내대표보다 보수색이 뚜렷한 막후 실세 김재원 정책위의장에게 원내의 무게추가 기울 경우, 여당과 원활한 협상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유경 김미나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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