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와 심재철 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가 9일 낮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여야 교섭단체 3당이 9일 ‘예산안과 비쟁점 민생법안을 10일 본회의를 열어 통과시키자’고 합의한 것은 ‘할 일부터 처리하고, 싸움은 나중에 하자’는 일종의 휴전 선언이다. 여야 모두 따가운 국민의 눈초리도 피하고, 협상할 시간도 번 셈이다. 11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는 여야의 이견이 큰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각 당의 수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 민주당, ‘4+1’ 중심으로 한국당과 협상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과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상 테이블이 여전히 돌아간다는 점을 각별히 강조하고 있다. 한국당이 끝내 협상을 거부하면 ‘4+1’ 테두리에서 법안 처리를 할 수 있다는 압박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과) 추가 협상이 진행되면, 그런 상황을 ‘4+1’ 내에서 공유하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예산안이든 패스트트랙 법안이든 ‘4+1’ 합의를 중심으로 풀어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협상은 하겠지만 한국당의 막판 법안 보이콧에 대비해 안전장치를 마련해두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국당과 끝까지 협상해 처리하면 가장 좋지만 그게 힘들면 ‘4+1’ 합의안대로 갈 수밖에 없다”며 “끝까지 한국당과 협상하는 모습을 보여서 국민들 눈에도 ‘민주당이 할 만큼 했다’는 정도가 돼야 총선을 치를 수 있다는 게 다수 의원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 한국당, ‘시간을 끌어라’
한국당에 필요한 건 시간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총선은 다가오고, 민주당 등 선거법 개정을 원하는 쪽은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선거법 개정을 무산시키든, 어떻게든 협상을 통해 개정안을 통과시키든 시간을 끄는 게 한국당에는 유리하다.
넘어야 할 첫째 관문은 임시회 회기다. 11일부터 열리는 임시회 때 패스트트랙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 한국당에 필요한 건 ‘긴 임시회’다. 한국당이 임시회 때 필리버스터로 선거법 개혁 법안의 표결을 막더라도, 차수를 변경해 다시 소집된 임시회에서 선거법이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임시회 회기는 통상 30일이고 회기 첫날인 11일에 기간을 의결로 정한다. 민주당은 3~4일짜리 짧은 임시회를 원하고 있다.
임시회 중간에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한국당은 어떤 형태로든 협상 가능성을 열어둘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 개혁 법안과 별도로, 패스트트랙 저지 사태 때 수사 대상에 오른 한국당 의원들 상당수가 처벌 완화 또는 수사 중단을 위해 ‘국회법 개정’을 바란다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국회법 개정을 위해서는 한국당도 뭔가 양보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선거법 협상 ‘연동비율’이 핵심
한국당이 선거법 협상에 나선다면 쟁점은 정당득표율과 보장 의석수 연동 비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후보 시절 언론 인터뷰에서 “연동률을 20%대로 대폭 낮추면 기존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협상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4+1’ 선거법 협상 회의에서 ‘비례대표 50석 중 절반인 25석만 50% 연동률을 적용해 배분하고, 나머지 25석은 현행 선거법처럼 병립형으로 배분하자’는 안을 내놓고 있다. 이런 방식을 적용할 경우 실제 연동률은 35% 수준으로 떨어진다. 연동률과 관련해 거대 양당의 주장에 엄청난 격차가 있는 건 아닌 상황인 것이다. 다만 민주당의 이런 안은 ‘4+1’ 협의체 내에서 수용되기 쉽지 않다. 결국 ‘4+1’ 협의체와 한국당 사이에 낀 민주당이 짧은 기간 어떤 정치력을 발휘할지, 현실과 명분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가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원철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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