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9일 서울 마포구 ‘꿀템카페’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청년 정책 비전 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년 목소리를 듣겠다면서 평일 오후 2시에 행사를 열었다. 그냥 부르면 오는 여의도 청년들, 금수저 백수 청년들만 청년으로 생각하고 행사를 기획한 것 아닌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년정책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청년들의 날선 지적에 혼쭐이 났다.
한국당은 19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꿀템카페’에서 ‘청년×(곱하기) 비전+(더하기)’ 행사를 열어 2030 청년 30명 앞에서 ‘청년정책 비전’을 발표했다. 한국당은 “청년들이 자주 쓰는 표현과 용어로 한국당이 추구하는 청년정책 비전을 담아내려고 했다”라며 ‘페어플레이’, ‘청년취향저격’, ‘빨대 뽑기’ 등 세 가지 키워드로 청년정책 비전을 설명했다.
이날 한국당이 발표한 청년정책 비전에는 △채용비리·입시비리 연루자, 당 공천 완전 배제 △국가장학금 규모 1조원 증액 △청년기본법 통과 △1인 가구를 위한 핀셋 정책 강화 △능력·성과가 존중받는 인사·근로시스템 마련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정작 행사에 참여한 청년들은 작심한 듯 한국당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해외영업·마케팅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는 백일우씨는 “오늘 행사가 청년들 목소리를 듣겠다고 주최된 행사가 아닌가. 그런데 평일 오후 2시면 정상적으로 사회생활하는 청년들은 오지 말라는 소리다. 이런 기본적인 디테일 하나 전혀 개선되지 않는데 어떻게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 시간대를 보고 (청년들이) ‘부르면 오는 여의도 백수들, 금수저나 청년으로 보고 행사를 기획한 거 아니냐’는 말들을 한다”고 꼬집었다.
인하대에 다니는 신주호씨는 “‘한국당하면 ‘노땅 정당’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젊은 층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라며 “한국당은 ‘청년’을 부르짖지만 청년이 설 자리를 당에서 마련해주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씨는 이어 “내가 어디 가서 보수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수치심이 든다. 나는 ‘샤이보수’가 아니라 ‘셰임(수치심)보수’”라고 말했다.
‘1인가구 청년여성’의 현실을 되묻는 지적도 나왔다. 김예나별씨는 “너무 많은 정책이 육아·출산에 집중돼 있다”라며 “1인가구 청년여성을 위한 정책이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들이 가장 원하는 건 바로 안전”이라며 “이것에 집중해야 한국당이 민주당과 정의당에 청년여성들을 뺏기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청년들의 쏟아지는 비판을 들은 황 대표는 “아주 날카로운 말씀 잘 들었다. 청년 친화 정당이 되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말할 시간이 없어서 적당한 다음 기회에 말하도록 하겠다”라고 자세한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이후 황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행사장을 떠났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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