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부론 후속 입법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내년 4·15 총선을 앞두고 보수 야권의 통합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6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범야권 보수통합 협의 기구’ 제안 이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사이 통합 논의에 눈길이 쏠리는 가운데, 결실을 보기엔 넘어야 할 변수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전날 황 대표와 유승민 변혁 대표의 전화 통화 이후 실무팀 회의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변혁 쪽이 (국민의당계와 함께) 신당 기획단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다소 예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금 숨 고르기를 할 필요가 있다”며 “변혁 쪽이 공식 실무팀을 꾸리기보다 수면 아래에서 협의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당은 전날 협의 기구의 실무 협상자로 홍철호 의원과 이양수 의원을 선정했다. 변혁 쪽은 실무진을 정하는 것도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변혁이 권은희·유의동 의원을 공동단장으로 하는 신당 기획단을 출범하고 오는 10일 기자간담회를 여는 등 속도를 내는 것도 이런 내부 분위기를 다독이려는 것과 무관치 않다. 유승민 변혁 대표는 지난 7일 “저희의 계획은 신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한국당과의 대화 문제는 △탄핵의 강을 건너고 △개혁 보수로 나아가고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는 3가지 원칙이 가장 결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2월 정기국회 종료 뒤로 예정된 창당 계획표에 맞춰 준비작업에 착수하겠다고도 거듭 확인했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보수 재건과 쇄신에 대한 온도 차가 드러나면서, 내분을 어떻게 봉합하는지가 숙제로 떠올랐다. 초·재선 의원들은 중진들의 ‘수도권 전략요충지 출마’ 등을 요구하며 ‘선 쇄신 후 통합’ 분위기를 띄우려 하지만 ‘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중진 의원과 보수 잠룡들은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모습이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이날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물갈이 공천은) 선수, 지역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국회의원감이 되느냐”라며 “그다음이 당에 대한 헌신지수, 의정활동 지수, 지역구 지지율과 교체지수가 기준이 된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날 한국당 내 쇄신 요구에 따라 탈당했던 이정현 무소속 의원은 복당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새로운 정치 세력화에 헌신하기 위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부론 후속입법 세미나’ 뒤 기자들과 만나 보수 대통합과 관련한 당내 반발 기류에 대해 “무너져가는 자유 대한민국을 살려내야 한다”, “하나가 돼 단일대오로 투쟁해야 이 정부 폭정을 막을 수 있다. 이런 대의를 생각해야 한다”고 원론적인 대답을 내놨다. 황 대표는 전날 유 대표와 전화통화를 했다며 “대통합을 위해 마음을 모으는 일이 시작된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변혁 의원들과 내홍을 겪고 있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전화 안 받기로 유명한 유승민 의원이 황 대표의 전화를 받은 걸 보니 급하긴 급했나 보다”라며 “(내년 총선에) 2번 달고 나가겠다는 의원들의 성화도 컸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변혁 소속 의원들을 향해선 “알량한 소신과 원칙을 내세우며 독단과 아집에 빠져 갈등을 조장하고, 결국 분열로 이끄는 악순환은 없었으면 좋겠다”며 “바른미래당과의 관계는 빨리 정리해주는 게 정치적 도의”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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