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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33분 연설 도중 민주당 28차례 박수…한국당, 공수처에 ‘X’ 표시 야유

등록 2019-10-22 20:08수정 2019-10-23 02:00

기립박수 vs 야유…여야 엇갈린 반응
이인영 “혁신·포용·공정·평화 공감”
황교안 “절망적 연설, 고집불통 확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인사하기 위해 한국당 의석 쪽으로 움직이자, 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인사하기 위해 한국당 의석 쪽으로 움직이자, 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여야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대해 크게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혁신과 포용·공정·평화의 메시지에 공감한다”고 호평했지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반성은 없이 국민에게 좌절감을 안겨줬다”고 혹평했다.

■여 “공감”…야 “절망”

이 원내대표는 이날 시정연설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내년도 예산의 방향이 혁신·포용·공정·평화의 네 갈래로 구체화된 것에 대해서 공감한다”며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국회에서 신속하게 심의하고, 필요한 입법을 뒷받침해서 내년도 경기침체 위험을 극복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에선 쓴소리가 나왔다. 이날 시정연설 직후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는 대통령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황교안 대표는 “절망적 연설”이라며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고집불통이라는 사실만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정 대전환 요구에 문 대통령이 굴복할 때까지 국민과 함께 끝까지 투쟁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조국 정국에 대해) 사과는커녕 합법 운운하면서 ‘조국 감싸기’가 계속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자화자찬만 있고 반성은 없는 연설”이라며 “대통령이 허황된 판단을 하는 상황이면 국회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했다. 여영국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개혁의 양대 산맥인 정치개혁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했고,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사회적 분열이 극심한 상황에서 성찰과 다짐보다 자화자찬과 희망에 강조점을 둔 점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 기립 박수 vs 야유

이날 오전 10시 문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중앙 연단을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갈렸다. 연단을 바라보며 왼쪽에 앉았던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 세례를 보냈으나, 오른쪽에 앉은 한국당 의원들은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33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민주당 의원석과 방청석에서는 총 28차례 박수가 터져나왔으나, 한국당 의원들은 중간중간 소리를 지르고 야유를 보냈다. 문 대통령이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하자, 한국당 의원석에선 “조국, 조국!”이라는 외침이, “민생 법안과 국회 선진화를 위한 국회법도 계류 중”이란 부분에선 “협치를 하세요”라는 반발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법안’을 언급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양손을 머리 위로 들고 가위표(×)를 그리며 반대 뜻을 드러냈다. 회의장 가장 앞줄에 앉은 민경욱·윤한홍 한국당 의원 등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양손으로 ‘가위표’를 그리며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들었다.

■ “워낙 전천후로 비난들을 하셔서…”

시정연설 시작 전 문 대통령은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 정부 쪽 인사와 문희상 의장과 각 당 대표, 교섭단체 원내대표 등과 사전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문 의장은 “남북문제가 잘되면 우리 민족이 도약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대통령은 모든 정치의 중심이기 때문에 신경 써주셨으면 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가시가 돋친 말도 오갔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조국 장관을 임명한 뒤에 국민의 마음이 분노하고 화가 난 것 같다. 대통령이 직접 국민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한국당 소속 이주영 국회부의장이 “평소에 야당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많이 귀담아주시면 더 인기가 올라갈 것”이라고 덕담하자, 문 대통령이 웃으며 “그런데 뭐 워낙 전천후로 비난들을 하셔서…”라고 답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김미나 장나래 황금비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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