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관련 발언 들으며 양손으로 엑스표를 그리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10시 ‘2020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심사를 앞두고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중앙 연단을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의 기류가 극명하게 갈렸다. 연단을 바라보며 왼쪽에 앉아 있던 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기립해 박수 세례를 보냈으나, 오른편에 앉은 한국당 의원들은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문 대통령은 중앙 복도에 줄지어 선 민주당 의원들 한 명 한 명과 악수하면서 연단으로 들어섰다.
이후 문희상 국회의장과 악수를 하고 연단에 서자 본회의장 정면 오른쪽 화면에 연설을 보조할 파워포인트(PPT) 자료가 나왔다. 이날 연설은 10시2분부터 33분간 진행됐다.
이번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공정’을 강조하고 ‘불공정’을 지적하면서 총 27차례 ‘공정’을 언급했다. ‘혁신’은 20차례, ‘포용’은 14차례, ‘평화’는 11차례, ‘개혁’은 8차례 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을 33차례 불렀고, ‘경제’와 ‘재정’을 각각 29차례, 21차례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 도중 총 28차례 민주당 의원석과 방청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국당 의원석에선 “국방비를 내년 예산에 50조 원 이상으로 책정했다”는 부분에서 박덕흠 의원만이 홀로 박수를 쳤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연설 중간중간 작은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특히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부분에선 “조국, 조국!”이라는 외침이 나왔다.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최대 이슈인 검찰 개혁방안과 관련한 내용이 나올 때, 한국당 의원들은 양손을 머리 위로 들고 엑스(X)를 그리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회의장 가장 앞줄에 앉은 민경욱·윤한홍 한국당 의원 등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양손으로 ‘엑스’를 그리며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들었다.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 등이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관련 발언을 들으며 양손으로 엑스표를 그리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민생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국회 선진화를 위한 국회법도 계류 중”이라고 말할 땐 한국당 의원석에서 “협치를 하세요!”라는 반발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묵묵하게 한국당 의원석을 바라보며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를 약속대로 가동하고 여야 정당대표들과 회동도 활성화해 협치를 복원하고 20대 국회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발언 뒤 민주당 의원석에서 긴 박수갈채가 쏟아졌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무반응’이었다.
문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 한국당 의원석으로 먼저 향했다. 몇몇 의원들은 악수를 피하며 자리를 일찌감치 떴지만, 문 대통령은 한국당 의원들에게 한명 한명 다가가 악수를 청하고 어깨를 두드리기도 했다.
이날 시정연설 전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열린 문 대통령 사전환담회에는 문 의장 등 국회 의장단을 비롯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황교안 자유한국당·손학규 바른미래당·심상정 정의당·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각 당 원내대표가 모두 참석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 “조국 장관을 임명한 뒤에 국민의 마음이 분노하고 화가 난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국민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셨으면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