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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블랙리스트 피해자 절반 “트라우마 시달려”

등록 2019-10-17 18:22수정 2019-10-17 20:16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1심에서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는 무죄, 국회위증 혐의는 징역 1년 징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석방됐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1심에서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는 무죄, 국회위증 혐의는 징역 1년 징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석방됐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문화체육관광부가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진상조사위원회 권고를 받아들여 피해자 명예 회복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단체와 함께 처음으로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겨레>가 신 의원을 통해 확보한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제도 개선 권고과제 이행 현황’을 보면, 문체부는 진상조사위 권고 1년여 만인 올해 5월에야 처음 전문가에게 자문했고, 현재까지 계획안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해 5월 문체부 산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342곳의 예술단체와 8931명의 예술인이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보았다고 발표하며, 올해 말까지 제도 개선을 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문체부는 진행 상황이 더딘 것과 관련해 신 의원에게 “성과 창출을 위해 서둘러 진행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피해자를 배려하며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정작 문체부는 지난 1년 반 가까이 이를 방치하다시피 했다. 피해자 명예 회복과 사회적 기억 사업을 계획·추진하겠다고 한 것도 그동안 세차례 전문가에게 자문한 게 사실상 전부였다.

신 의원이 블랙리스트 피해단체들이 모인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블랙위원회’와 공동으로 피해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도 심각하다. 설문은 지난달 17일부터 25일까지 온라인(구글폼)으로 진행됐으며, 총 300명이 응답했다.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가장 힘든 점으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51.3%)이 ‘트라우마 등 피해 기억’이라고 답했다. 생활고(18.3%), 본업 복귀의 어려움(6.7%)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은 또 정부에 피해 배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명예 회복과 피해 배상 필요성이 있다는 응답이 97.3%를 차지했으며, 블랙리스트 피해 배상을 정부에 요구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87%를 차지했다. 이미 응답자의 57%는 블랙리스트 피해 배상을 위한 민사소송에 참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피해자 대다수(75.3%)는 문체부의 후속 조처와 제도 개선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신동근 의원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문체부가 블랙리스트 제도 개선 진행 상황을 다시 한번 세부적으로 점검하고, 피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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