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중앙홀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광복절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국정 대전환을 이뤄내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제1야당 대표가 광복절을 맞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야당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제74주년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 국회 중앙홀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연 회견에서 황 대표는 “5년 단임 정권이 영속해야 할 대한민국의 체제를 바꾸려 하다가 지금의 국가적 대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국정의 목표도, 국정운영의 과정도, 올바른 궤도에서 벗어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대한민국을 대전환해야만 한다. 이 정권이 잘못을 바로잡고 정책 대전환에 나선다면,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연단 앞에는 ‘오늘을 이기고 내일로 나아갑시다’라고 적힌 팻말이, 뒤편엔 헌법 전문이 새겨진 동판이 놓였다. 연단 위치를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앞으로 정한 것도 백범 김구와 임시정부 법통을 강조하는 집권세력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건국 이념과 헌법 정신을 되살리겠다는 각오를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회견 말미에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요구 사항을 덧붙였다. 그는 “내일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부터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며 △일본과의 분쟁을 해결할 정책 방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도발에 대한 경고 메시지 △한-미 동맹을 복원하고 강화할 방안을 내놓으라고 주문했다. 이어 “정신 차려 달라. 믿음을 주지 못할 경우 저와 우리 당은 국민의 여망을 담아 특단의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음을 말씀드린다. 이념과 경제 중에 선택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담화문에는 황 대표 개인의 정치 비전을 제시하는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 그는 “제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헌법 정신에 따른 자유·민주·공정이다. 목표 또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의 완숙한 성취”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이날 당 대변인단에서 민경욱 의원을 빼고 김명연·김성원 의원을 투입하는 당직 인사를 단행했다. 전희경 의원은 유임됐다. 당대표 비서실장에는 김도읍 의원을 임명했다. 이번 인사는 당 지지율 하락 등으로 침체된 당내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으로 읽힌다. 황 대표는 “당에 들어온 지 반년쯤 됐고 많은 우여곡절도 있었다. 이제 변화를 통해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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