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한당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대기업은 ‘스펙’보다 특성화된 역량을 본다”며 ‘스펙 관리’를 하지 못했던 한 청년이 대기업에 취업한 사례를 소개했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 숙명여대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기업에서 필요로하는, 기업이 쓰고 싶어하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한 청년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실제로 큰 기업들에서는 ‘스펙’보다 특성화된 역량을 본다. 리더십이나 장기, 특장점, 영어를 잘하거나 아이디어가 반짝거린다든지 이런 다른 평가를 중요시한다고 한다”며 “내가 아는 어떤 청년이 3점도 안 되는 학점에 영어도 (토익) 800점 정도로 다른 스펙 없이 졸업했지만, 15곳 원서를 내어 서류 심사에서 통과했던 5곳엔 전부 최종 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알아보니 고등학교 영자신문반 편집장, 동생과 인터넷으로 장애인-비장애인 친구 맺기를 해줬던 것이 알려지며 보건복지부 장관상도 받을 만큼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학에선 조기축구회를 만들었다”며 “입사 면접에서 스펙을 이야기할 때 이런 이야기를 해 최종 합격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든 게 (청년의 이력의) 전부는 아니다”면서 “스펙도 없는 것보다 낫지만 결정력이 없고 결국은 사람을 심층 심사해 보니 (합격이) 되더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황 대표는 “그 청년이 우리 아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시 공부를 하느라 스펙 관리를 안 해 엉망이 됐던 것”이라며 “스펙도 준비해야겠지만, 나만의 장점을 만들어가는 것이 취업할 때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언급한 아들은 연세대 법학과 01학번으로, 졸업 후 한동안 고시 준비를 하다 케이티(KT)에 취직했다. 지난 3월 KT새노조가 기자회견에서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이던 시절 그의 아들은 KT 법무실에서 근무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던 그 아들이다. 당시 김성태 한국당 의원의 딸 등 정치인 자녀들이 KT에 근무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채용비리 논란이 함께 불거지자, 한국당은 대변인을 통해 “아들의 KT 입사는 2012년 1월이고, 법무팀 이동은 2013년 1월이며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것은 2013년 3월”이라며 “입사와 보직 배정 모두 공직을 통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던 바 있다.
최근 황 대표는 청년들과의 ‘만남’ 행보를 부쩍 넓혀 가고 있다. 지난 12일 부천대학교 대학생일자리센터를 찾아 대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도 흙수저였다. 가난해서 도시락도 못 싸갔고, 형님들은 등록금이 없어 명문고에 합격했는데도 야간을 갔다”며 “그렇지만 국무총리를 했고 지금은 자유한국당의 대표가 됐다” “해보겠다는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면 길이 뚫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6일 열린 ‘2040 미래찾기 토크콘서트’에서 “실패의 경험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고등학교 갈 때 체력장을 1급을 받지 못한 것이 68명 중 2명뿐이었는데 그게 저였다. 고등학교를 낮춰 가라고 해 선생님과 싸운 적 있다” “대학도 두 번 떨어졌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경기고를 나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사법 시험에 합격했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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