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오신환 원내대표 당선 뒤 정리될 것처럼 보였던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정병국 혁신위’ 구성을 놓고 손학규계 대 반대파로 나뉘어 다시 표출됐다.

국민의당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이동섭·이태규·김수민·김삼화·김중로·신용현 의원은 2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병국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원회를 설치해 당 혁신과 관련된 모든 의제와 사안을 제한 없이 다루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최고위원회는 혁신위원회의 결정을 조건 없이 수용하며, 혁신위 구성은 위원장에게 위임해야 한다”면서 “6월 말까지 기한을 정해 활동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의당 안철수계 중에선 권은희 의원만 동참하지 않았다.

손학규 대표는 이어진 최고위원회의에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혁신위 구성과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겠다”며 “퇴진은 없다. 2선 후퇴도 없다. 대표 퇴진을 전제로 한 혁신위의 구성도 없다”고 반발했다. 안철수계 의원들이 ‘모든 의제와 사안을 제한 없이 다루도록 하자’는 것에 대해 ‘당 대표 퇴진 논의는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손 대표는 또 전날 오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를 열어 “혁신위원장을 앞세워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내가 퇴진하지 않는 이상 혁신위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차라리 갈라지는 게 낫다는 보도가 사실이면 크게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오 원내대표는 다시 손 대표 ‘면전’에서 “당 대표님, 독단과 독선으로 당을 운영하면 어찌 정상화되겠습니까”라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최고위원회의가 정상 운영이 안 되면 결과적으로 최고위원들이 회의에 들어올 의미가 없다는 뜻에서 말씀드린 것”이라며 “저는 당을 지키겠다. 뭉칠 수 있도록 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되도록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지난달 중순 4·3 보궐선거 참패로 불거진 퇴진론을 돌파하기 위해 정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제안했으나, 바른정당계에 이어 안철수계까지 혁신위를 통해 ‘대표 퇴진론’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자 현재는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정 의원은 최고위원회 등 당내 합의가 이뤄지면 위원장직 수락 여부를 고려해보겠다고 했었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당내 많은 분란이 있으면서 정병국을 혁신위원장으로 세우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며 “당내 인사로 한정하기보다 당 내외를 넓게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