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정부에서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국회의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사에서 “정치가 길을 잃어가고 있지만 하늘에서 지켜봐 달라고 말씀드리지 않을 것이다. 이 짐은 이제 남아있는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며 정치 개혁의 의지를 다졌다.
23일 문희상 국회의장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행사에서 ‘바보 노무현’이 시작하던 순간을 회상했다. 문 의장은 “‘승리니 패배니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추구해야 할 목표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을 뿐’이라는 19년 전 ‘바보 노무현’의 낙선 소감 앞에서 이분법에 사로잡힌 우리 정치는 한없이 초라해진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0년 4월 16대 총선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부산에 출마했다가 낙선하면서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낙선 소감에서 “선거구 제도는 반드시 바꾸었으면 한다. 지역 구도의 해소에 그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선거제 개편은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이하는 지금 ‘노무현 정신’을 다시금 진전시키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문 의장은 “우리는 지난 10년을 통해 잠시 멈출 수는 있어도 결국 ‘역사는 진보한다’는 명제가 참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이제 노무현의 그 꿈을 향해 다시 전진하겠다”며 “분명하게 기억하지 않는다면 두 번 잃는 것이다.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이제 우리는 ‘새로운 노무현’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최근 여야의 극심한 대립 속에서 국회가 4월에 이어 5월마저 빈손으로 보낸 것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발언도 있었다. 문 의장은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이건만 정치는 길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께) 하늘에서 도와달라고 지켜봐 달라고 말씀드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 짐은 이제 남아있는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대통령님은 뒤돌아보지 마시라. 부디 당신을 사랑한 사람들과의 추억만 간직하고 평안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님! 보고 싶습니다. 존경했습니다”라고 외칠 때는 울먹이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추모행사에는 문 의장을 비롯한 정치권 핵심 인사들이 대거 모였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소속의원 60여명이, 정부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등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도 함께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참여정부 인사들과 노무현재단 임원들도 자리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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