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민생투쟁 버스 대장정’을 출발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를 겨냥해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겐 말 한마디 못하니까 대변인을 하지 않느냐”고 말한 것에 대해 22일 진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황 대표는 전날 인천 중구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을 찾아 헌화한 뒤 “독재자의 후예는 누구냐. 지금 이 정부가 저희를 독재자의 후예라고 말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김정은에게 진짜 독재자의 후예라고 말씀해달라. 진짜 독재자 후예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니까 여기서 지금 ‘대변인’이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이 발언을 할 때 듣기에 따라선 ‘대변인 짓’ 또는 ‘대변인질’, ‘대변인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언론이 이를 보도하자 황 대표는 이후 “내가 무슨 대변인 짓이라니”라며 “대변인하고 있다는 말이었지, 다른 사람이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당에서도 “황 대표는 자유공원 집회에서 대변인 '짓'이라고 발언한 적이 없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녹취를 직접 들어보기를 권한다”고 했다.
한국당의 발 빠른 대응은 연이은 ‘막말’ 논란에 휩싸여 투쟁 동력을 빼앗기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국당 의원들의 실언이 보도되는 것에 대해 예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노총이 장악한 일부 언론과 포털 사이트의 자유한국당을 향한 ‘극우 막말 프레임’이 도를 넘어섰다”고 반발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이날도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고 민심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표-중진회의 연석회의에 참석해 “최근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 (한국당을 향한) 막말 프레임에 대해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51.4%,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37.7%였다”며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고 민심을 왜곡하지만 많은 국민이 진심을 지켜보고 있다고 해석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선 문 대통령의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를 두고 의원들의 반발도 계속됐다. 문 대통령이 지난 18일 광주에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말한 것이, 한국당을 저격한 내용이라고 받아쳤다.
이주영 국회부의장은 “문 대통령은 역사의 상처인 5·18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면서 정쟁의 장으로 활용하는 구태를 보였다”며 “이 말에 대해 ‘남로당의 후예가 아니라면 천안함 폭침을 다르게 볼 수 없다’라고 되돌려줘야 한다는 비아냥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고 말했다.
정진석 의원은 “그런 표현은 대통령의 언사, 언어가 되어선 안 된다. 일국의 대통령이 그런 표현을 쓰면 안 된다. 영부인은 제1야당 대표와 악수도 안 하고 그냥 건너뛰었는데 대통령 부부가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최고 지도자 부부가 이러는 것은 국가 망신 아니냐”고 반발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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