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회에서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여야 이견으로 불발됐다. 주식 과다보유 논란에 기업 내부정보를 주식거래에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이미선 후보자는 12일 “소유 중인 주식 전부를 매각했고, 배우자 소유 주식도 조건 없이 처분할 것”이라며 후보직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애초 이 후보자에게 부정적이었던 정의당이 이날 ‘조건부 찬성’으로 선회하면서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려는 청와대의 기류는 한층 강해지는 상황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전 두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놓고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었으나, 문 후보자 보고서만 채택하자는 야당과 두 후보자의 보고서를 모두 채택해야 한다는 여당 의견이 맞서면서 개회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두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는 1차 기한(14일)을 넘기게 됐다.
이 후보자 쪽은 청문회를 전후해 제기된 주식투자 관련 의혹을 적극 해명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남편 오충진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어 “조건 없이 주식 전체를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오전 라디오 프로그램에 잇따라 나와 야당이 제기한 의혹을 “아니면 말고 식의 인신공격”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 후보자는 주식투자를 전혀 모르며 재판에만 매진해왔다. 부부 자산의 저축이나 투자는 후보자 명의까지 제가 다 했다”며 “증권사 담당자가 확인서까지 써줬다. 아이피(IP) 추적을 해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유 중이던 삼광글라스 주식을 거래정지 직전 대량 매도해 손실을 회피했다는 논란과 관련해서는 “회계 담당자나 회계법인에서 미리 정보를 받았다는 것인데, (그것은) 범죄행위이며 그걸 알 길도 없다. 이런 주장을 하려면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 근거도 없이 되레 저에게 스스로 이를 입증하라고 하는 식”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등 청와대 인사 라인 경질을 요구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수치도 모르고, 염치도 없고, 국민 눈치도 안 보는 ‘삼치’가 없는 불치 정부”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법사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후보자에 대한 적격·부적격 병기식 청문보고서 채택은 있을 수 없다”며 여당의 보고서 채택 요구를 일축했다. 두 당은 15일 이 후보자를 검찰에 고발하고, 금융위원회에 수사 의뢰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반면 정의당은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조건부 임명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 정의당은 “이 후보자의 주식 매각 결정을 존중한다. 헌법재판관으로서 정책적 소신을 펼치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불거진 의혹을 해소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 후보자는 보유 주식 전량 매각했고 남편 보유 주식도 매각한다고 한다. 약속을 지켰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후보자의 임명을 둘러싼 ‘범여권’의 기류가 변화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도 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후보자 부부의 주식 거래장부를 어제오늘 다 확인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전혀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를 대통령께 올렸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