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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노회찬 지역구 지켜낸 다음날, 정의당은 하루 종일 울었다

등록 2019-04-04 17:36수정 2019-04-05 11:20

여영국 의원, 당선 뒤 첫 일정으로
노회찬 의원 잠든 모란공원 찾아
”희망주는 ‘노회찬 정치‘ 해나가겠다”
‘노회찬 그리움‘에 눈물과 웃음 뒤섞여
여영국(앞줄 오른쪽 세째) 정의당 의원이 4일 ‘당선증‘을 들고 고 노회찬 의원이 잠들어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을 찾았다.
여영국(앞줄 오른쪽 세째) 정의당 의원이 4일 ‘당선증‘을 들고 고 노회찬 의원이 잠들어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을 찾았다.
고 노회찬 의원 묘지 앞에 여영국 정의당 의원이 ‘당선증’을 꼭 끌어안은 채 섰다. 4일 오후 2시30분 고 노회찬 의원이 잠들어있는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 도착한 여 의원을 가장 먼저 반긴 사람은 노 의원의 부인 김지선씨였다. 둘은 그렇게 한참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전날 504표 차이로 여 의원이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를 누르고 ‘극적 승리’한 뒤 이날 정의당은 하루 종일 눈물과 웃음이 뒤섞였다. 이날 마석 모란공원에는 이정미 대표와 추혜선 의원뿐 아니라 창원 등 전국각지에서 모인 시민 50여명이 함께 했다.

여영국 의원의 당선증이 4일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 있는 고 노회찬 의원의 묘소 앞에 놓여 있다.
여영국 의원의 당선증이 4일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 있는 고 노회찬 의원의 묘소 앞에 놓여 있다.
여 의원은 노회찬 의원 묘소 앞에 국회의원 당선증을 내려놓자 이제야 ‘당선’이 실감나는 듯했다. 그는 “의원님의 부활이 실패할까 봐 가슴 졸이며 어제 개표방송을 지켜봤다. 의원님이 살펴주지 않았으면, 그 꿈을 이루지 못했을지 모른다”며 “부족하고 의원님을 대체할 수 없지만 이제 그 역할을 대신하고자 한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희망을 주고, 꿈을 주는 ‘노회찬 정치’를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묘소 앞에 ‘고 노회찬 의원’이라고 적힌 명패와 함께 놓인 노란 액자에는 ‘당선의 꿈, 당신의 뜻 우리가 이어 가겠습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노 의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여 의원은 “의원님에게 무슨 말씀을 드리고 싶냐고 언론에서 많이 물었는데, 제가 드리고 싶은 말보다 듣고 싶은 말 한마디가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바로 ‘역시 여영국이야’라는 말이었다. 의원님 이제 정말 편히 잠드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지선씨는 여 의원의 등을 어루만지며 “역시, 여영국”이라고 말했고, 주변에선 “정의당 파이팅” “마음고생 너무 많았다”라는 격려가 쏟아졌다.

이정미 대표도 “대표님 이름만 불러도 자꾸만 눈물이 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름만 불러도 자꾸 눈물이 나서 아침에 한바탕 눈물바람했는데, 또다시 눈물이 나네요. 평생 꿈꾸셨던 ‘진보집권의 꿈’을 향해 여섯 명의 국회의원, 5만 당원이 똘똘 뭉쳐 그 뜻을 이루겠다”고 했다.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도 이 대표는 “노회찬 대표님… 당신은 하늘에서도 정의당을 지켰습니다”라며 눈물을 쏟았다.

여영국 의원(가운데)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 고 노회찬 의원 부인 김지선씨(맨 오른쪽)가 노 의원의 묘소 앞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여영국 의원(가운데)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 고 노회찬 의원 부인 김지선씨(맨 오른쪽)가 노 의원의 묘소 앞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눈물 속에서도 웃음이 오갔다. 개표율 99.98%에서 극적인 역전을 이뤄낸 ‘마음고생’을 농담으로 털어냈다. 김지선씨는 “혼자 술도 안 먹는데, 어제는 술을 마시면서 개표방송을 봤다”고 말하자 이정미 대표는 “전화도 안 하시다가 마지막에 (순위가) 뒤집히니까 그때야 전화를 하시더라”라고 웃으며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여 의원이 “제가 애간장을 많이 태웁니더”라고 농담을 건네자 김지선씨는 “노회찬도 그래요”라고 말했다. 기쁨 속에서도 고 노회찬 의원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강원도 원주에서 여 의원의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아들 변정효(11)군과 함께 왔다는 신선자(55)씨는 “너무 기쁘면서도 슬프다. 전국에서 이렇게 자발적으로 모여 여 의원을 돕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 당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자 희열을 느꼈다”고 말했다. 변군도 이날 “착하고 정의로운 노회찬 의원이 너무 그립다”고 연신 눈물을 쏟아냈다. 창원에서 온 이소정(23)씨는 “휴학까지 하고 여 의원을 위해 청년선거대책본부장으로 뛰었다. 청년과 노동자를 위했던 마음 잃지 말고 베풂이 아니라 이들이 주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고 노회찬 부인 김지선씨가 여영국 의원의 부인 한경숙씨를 끌어안고 울고 있다.
고 노회찬 부인 김지선씨가 여영국 의원의 부인 한경숙씨를 끌어안고 울고 있다.
여 의원은 이어 노회찬 의원의 ‘동지’로 불렸던 고 오재영 전 보좌관과 전태일 열사, 그의 어머니 고 이소선씨 묘소를 찾았다. 이소선 어머니의 묘소 앞에선 “어머니가 전국노동자대회할 때도 투쟁이 아니라 단결을 강조했다. 이 말씀을 꼭 새기겠다”고 말했다.

이날 사람들이 썰물처럼 지나간 자리에 마지막 남은 사람은 고 노회찬 의원의 부인 김지선씨였다. 그는 고 노 의원의 묘소를 한참을 바라봤다. 그런 그에게 남양주시 화도읍 월산리 이장인 김홍배(69)씨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제가 노회찬 의원님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고 고향에 갔을 때 3일 빼고 매일 이곳에 왔어요. 겨울엔 이곳에 눈이 수북하게 쌓이면, 의원님이 저한테 치워달라고 하는 것 같아서 눈을 치우고 그랬어요. 사실 크리스마스 날 의원님한테 편지 써서 두고 가셨죠. 제가 그 다음 날 와서 봤는데 ‘사랑하는 당신’이라고 시작하는 게 꼭 여고생 편지 같더라고요.” 김지선씨가 한참을 바라본 노란 액자 속의 노회찬 의원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김지선씨가 ‘묘소지킴이‘를 자처하며 매일 같이 고 노회찬 의원의 묘소를 찾는 김홍배(69) 이장과 얘기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김지선씨가 ‘묘소지킴이‘를 자처하며 매일 같이 고 노회찬 의원의 묘소를 찾는 김홍배(69) 이장과 얘기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글·사진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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