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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황교안 ‘불법 난입’ 파문으로 본 축구계의 정치권 ‘저주’

등록 2019-04-01 10:44수정 2019-04-01 18:11

황교안 쪽, 만류에도 “그런 규정이 어딨나”
경남FC “공식 사과, 징계시 법적 책임 지라”
한국당과 ‘악연’…홍준표 지사 때 2부 강등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대구FC 경기 때 경기장 내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대구FC 경기 때 경기장 내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경기장 내 선거유세를 허용해 징계 위기에 놓인 프로축구단 경남FC가 자유한국당 쪽을 향해 “징계 정도에 따라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천명하고 나섰다. 지난 30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강기윤 창원·성산 지역 후보는 4·3 창원·성산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홈 구장인 창원프로축구센터에서 선거유세를 펼쳐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경남FC는 1일 입장문을 내고 “입장권을 검표하는 과정에서 정당명, 기호명, 후보자명이 표기된 상의는 입장 불가로 공지를 했다”며 “‘규정 위반’이라며 선거 유세를 만류하는 과정에서 강 후보쪽과 실랑이가 벌어졌으나, 강 후보 쪽에서 이를 무시한 채 계속 선거활동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직원에게 ‘그런 규정이 어디있냐’,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네’라고 하면서 계속적으로 선거 활동을 진행하였으며, 계속해서 상의 탈의를 요구하자 옷을 벗는 척만 하며 다시 착용”했다는 것이다. 직원들과 경호원들은 대응하기 위해 증원을 요구하는 한편으로 수행원들을 제지했으며, 연맹 규정을 들어 상의를 벗어달라고 재차 요구했으나 강 후보 쪽 수행원들이 항의하기도 했다고 구단 쪽은 전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 등은 경기장 내에서 정당명·기호·후보자명 등이 드러난 의류나 손팻말 등을 들고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자체 규정으로 금지하고 있다. 스포츠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한 FIFA(국제축구연맹)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이날 이재환 바른미래당 후보, 여영국 정의당 후보 등 다른 당 수행원들은 경기장 내가 아닌 장외에서 선거 유세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FC는 “이번 사태로 인해 불명예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받아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한국당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만일 구단이 징계를 받게 된다면, 연맹 규정을 위반한 강 후보 측에서는 경남 도민과 경남FC 팬들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은 물론, 징계 정도에 따라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도민 구단 최초로 리그 준우승 성적으로 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며 한국 축구계 ‘기적의 팀’으로 불렸던 경남FC는 이번 일로 승점 10점 감점·2000만원 이상 제재금 등 중징계 위기에 처했다. 프로축구연맹은 1일 경남FC로부터 경위서를 받고 경기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승점 10점 감점 중징계 땐 2부 리그(K리그2) 강등이라는 ‘만우절 악몽’이 될 수도 있다. (▶관련 기사 보기 : 황교안 ‘경남FC 난입사태’에 ‘불법 선거운동’ 논란 )

특히 이번 사태로 경남FC를 비롯해 축구계와 한국당 간 ‘악연’도 새삼 거론되고 있다. 이번에 논란에 싸인 경남FC의 전 구단주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였다. 2014년 경남FC의 2부 리그 강등이 유력했을 당시 구단주였던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부 리그로 떨어지면 구단 운영을 하기 힘들다”는 글을 남기며 ‘해체설’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선수들의 사기는 떨어졌고, 실제로 이후 2부 리그로 강등됐다. 해체는 겨우 면했지만, 2015년에는 전 단장의 심판 매수 의혹이 불거지며 프로축구연맹 설립 뒤 처음으로 승점 10점 삭감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숱한 악재를 딛고 김종부 감독과 선수단의 노력 끝에 경남FC는 2017년 2부 리그 우승을 거둬 승격하고, 2018년에는 1부 리그(K리그1) 준우승을 차지했다. 해체 위기에서 도민의 사랑을 받는 인기 구단으로 거듭난 것이다.

같은 시·도민 구단인 성남FC도 정치권과 ‘악연’이 있다. 홍준표 전 대표 시절인 2017년 자유한국당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성남FC를 단골 ‘정쟁거리’로 삼은 까닭이다. 당시 성남FC 팬들은 “자유한국당은 성남FC를 미르재단과 비교하며 구단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정상적인 광고 후원을 특혜와 자금세탁이라 우기며 그 동안 구단을 응원해 온 많은 팬들과 시민들의 자존감을 하락시켰다”며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고발하고 공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다른 정당들은 일제히 자유한국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최고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이 규정을 몰랐다고 해명했는데, 경남FC의 공식입장을 보니 (한국당의) 해명은 거짓말”이라며 “경남도민께 깊이 사죄하라”고 말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잘못한 사람이 징계를 당해야지 말린 사람이 왜 징계를 당하느냐”며 “징계는 황교안 대표와 한국당이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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