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강기윤 한국당 창원성산 후보가 지난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와 대구FC 경기 때 관중석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3 보궐선거를 앞둔 경남 창원에서 선거 유세를 벌이던 중, 경남FC 홈 구장 안으로 들어와 ‘불법 선거운동’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경기장 내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의 지침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최악의 경우 경남FC가 승점 10점 이상을 감점당할 수 있는 중징계 사안이다.
황 대표는 지난 30일 경남FC와 대구FC 간 경기가 열린 창원축구센터를 방문했다가, 경기장 안까지 들어와 관중석에서 선거운동을 펼치는 모습이 목격됐다. 황 대표는 자유한국당 로고가 새겨진 붉은 색 웃옷을 입었으며, 시민들의 사진촬영 요구에 기호 2번을 손가락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강기윤 후보도 자신의 이름과 선거기호 2번이 적힌 웃옷을 입고 황 대표와 동행했다. 한국당은 이 모습이 촬영된 사진을 누리집에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관중석에 있는 사진은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기장 내 정치적 의사표현 금지 규정에 따라,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경기장 내 정치적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스포츠의 정치화를 우려해 세워진 프로스포츠계의 불문율이다. 이에 따라 연맹은 별도 지침을 내고 선거철 유세에 대한 사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경기장 내에서 정당명·기호·번호 등을 노출한 의상 착용이 금지이며, 정당명이나 후보·기호 등이 적힌 손팻말·어깨띠 등도 금지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홈 구장에서 선거운동이 벌어진 경남FC 구단은 10점 이상의 승점 삭감, 2000만 원 이상의 제재금 등의 중징계를 받을 위기다. 경남FC는 지난해 1부 리그(K리그1)로 승격했는데, 이번 사태로 10점 이상의 승점 감점 징계를 받는다면 2부로 강등될 수도 있다.
황교안 당 대표가 30일 경남 FC 축구경기 관람을 위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 축구센터를 찾은 시민들께 인사하고 있다. 황 대표는 4.3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창원·성산 지역 강기윤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 유세를 위해 창원을 찾았다. 자유한국당 제공
이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이재환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여영국 후보도 경기가 열리는 창원축구센터를 찾았지만, 경기장 밖에서만 유세 활동을 했다. 경남FC관계자는 “당시 경기장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고의로 (한국당만) 입장을 허용한 것이 아니다”라며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축구연맹은 오는 1일 경남FC구단을 불러 황 대표 등이 경기장에 출입하게 된 경위서를 받고, 경기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정당들은 황 대표의 경기장 내 선거유세에 “불법 선거운동”이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평화당은 31일 논평을 내고 “평소에는 법치주의를 강조하더니, 구단 측 제지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가 선거유세를 강행한 것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반칙왕’ 황교안 대표의 민낯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홍성문 대변인은 “황 대표의 몰상식하고 몰지각한 행동으로 경남FC는 승점 10점 이상 삭감, 2천만원 이상의 벌금 등 중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잘못은 황교안 대표가 했는데 벌은 죄 없는 경남FC가 받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도 “경기장 내 선거운동 금지는 기본 중의 하나”라며 “본인들은 단독 골 찬스 기회를 얻은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교활한 오버슈팅으로 자책골을 넣은 것”(최원선 부대변인)이라고 비판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번 논란이 불거진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거 운동하는 과정에서 규정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며 “혹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앞으로 그런 부분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법을 잘 지키면서 국민들에게 저희를 알리려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번 논란을 놓고 ‘당 대표가 선거 운동의 기본도 몰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창원에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정치 신인이거나 원외 대표여서 몰랐다고 하기엔 지나친 실수”라며 “경기장 내 선거운동 금지는 정치인이라면 숙지하고 있는 기본 중 기본”이라고 꼬집었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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