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 취임 인사차 이정미 대표 예방
황 “김경수 댓글 조작사건 당에선 어떻게?”
“여당에 대해 야당으로서 같이 대처하려” 질문
이 “같이 할 많은 일 중 드루킹 사건 언급 유감”
황교안 자유한국당 신임 당대표(왼쪽)가 4일 오전 인사차 국회 정의당 대표회의실을 예방해 이정미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대표님께서 정의당에 처음 찾아오셔서 드루킹 사건을 말씀하신 건 저로선 참 놀랍습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4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로 취임 첫 인사차 온 황교안 자유한국당 신임 대표에게 한 말이다.
앞서 이 대표는 당대표실로 들어선 황 대표를 맞이하며 “당 대표가 되신 걸 축하드린다. 앞으로 국회 안에서 여야 5당이 논의할 때 책임있는 결정에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덕담을 먼저 건넸다. 이 대표는 이어 “5·18 망언에 대해 자유한국당 자체의 책임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며 “특정 독단적 세력을 대변하는 정당이 될 것인지, 합리적 보수의 역할을 기대하는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당이 될지에 대해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논의가 표류하고 있는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1월까지 선거제도 개혁을 처리하자고 여야 5당 원내대표가 합의했는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표 후보 세 분이 선거제도와 관련한 대국민 약속을 어떻게 이행하겠다는 것에 대한 공약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국회의원선거구획정안이 국회의장에게 3월15일까지 제출돼야 하는 등) 법정시한이 있기 때문에 대표님이 3월 중순까지 결단을 내려 국회가 어떻게 함께 해결해 나갈지 답을 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지난 1~2월 내내 국회가 멈춘 데 대해서도 “보이콧 정치는 이쯤에서 정리하고 3월 국회를 조건없이 열도록 대표님이 결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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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황 대표는 “10분 환영사를 감사드린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김경수 댓글 조작사건에 대해 당에선 어떻게 하고 계시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대표는 “그게 무슨 말씀이시냐. 지금 재판 중에 있지 않은가”라고 되물었고, 황 대표가 “입장이 어떠신지”라고 다시 물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고, 과거 전례에 비춰 김경수 지사를 법정구속까지 한 건 과하다는 것이 저희의 입장”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황 대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한 댓글 조작과 김경수 지사가 한 것을 비교는 해보셨나”라고 물었고, 이 대표는 “정부기관이 직접적으로 나서서 댓글 공작을 한 것과 어떤 사인(개인)이 권력에 접근해 댓글 조작에 관여했다는 것의 차이는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황 대표는 “야당은 여당에 대해 같이 힘을 합해 나가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같이 힘을 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했다”며 “저희가 할 일들은 말씀 들었으니 잘 감안하고 바른 조치들이 뭘까 챙겨보도록 하겠다”고 질문을 한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이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대표님께서 정의당을 처음 찾아오셔서 드루킹 사건을 말씀하시는 건 참 저로서는 놀랍다”고 말했다. 그러자 황 대표는 “그건 이 당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같이 할 일들이 많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 대표는 “같이 해야 할 많은 일 중에 그 사건을 말씀하신 것은 저로서는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이건) 큰 현안이다. 야당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말씀하신 부분들은 제가 잘 이해해서 필요한 부분은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드루킹’이라는 세글자 자체는 정의당의 엄청난 아픔이자 진보정치의 큰 자산을 잃게 한 불행한 사건과 연결된 것인데 황 대표가 첫 공식적인 예방 자리에서 그 얘길 먼저 꺼낸 것은 예의도 아니고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6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드루킹’ 김동원씨쪽으로부터 5000만원의 불법 기부를 받은 의혹으로 특검 수사선상에 올랐던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한 언급이다. 황교안 대표는 고 노회찬 전 의원과 경기고등학교 72회(1976년 졸업) 동기동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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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