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자유한국당이 23일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꼽힌 최순실씨 이름을 거론하며 “최순실 사건을 능가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전날 투기 의혹의 배경지인 전남 목포를 방문한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서 “여러가지 의혹에 대해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제 국민의 눈은 목포에서 청와대와 여의도를 주시하고 있다. 목포 의혹뿐만 아니라 추가 의혹까지 다 합치면 13개”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모든 ‘권력 농단’에 대해 답하지 않고 있다”며 “(손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했으니 내 일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야 4당의 ‘손혜원 랜드 게이트’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를 들어주실 것을 말씀드린다”고 요청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김무성 의원은 손 의원 사건을 ‘최순실 사건’에 빗댔다. 그는 “손 의원의 권력형 부정사건은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예견된 전형적 권력형 사건”이라며 “최순실 사건을 능가하는 질 나쁜 내용”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또 “잘못해서 탈당하는 기자회견장에 여당 원내대표를 백댄서로 세우고 어깨에 손 얹는 안하무인격 태도는 배후 권력을 과시하는 것”이라며 “권력이 누군지 모든 국민이 알 것”이라고 사실상 청와대를 겨냥했다. 최순실씨는 미르·케이스포츠재단을 세워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출연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 등으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박 전 대통령을 가까운 곳에서 보좌한 비선 실세로서 각종 국정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한국당 쪽에서는 손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동창 사이라는 점, 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조카의 명의가 이용됐다는 점 등을 들며 두 사건을 같은 구도 안에 두고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내 ‘손혜원 랜드 게이트 티에프(TF)’ 위원장을 맡은 한선교 의원도 “손혜원 의원은 최순실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 어제 들은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의 이야기”라며 “최순실은 대기업을 동원한 기부금, 미르재단을 통해 임의로 받아 챙긴 것이지만 문체부 공무원 반응은 부처 내부, 모든 것에 그분(손혜원)의 압력이나 압박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공예 비엔날레에 자신을 ‘모셔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담당 과장을 의원실로 불러 호통쳤다고 한다. 공무원들은 ‘싹싹 빌었다’고 표현하더라. 이런 일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있다. 더 큰 일이 우리 앞에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 의원은 이 자리에서 “손혜원 의원의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크로스포인트 문화재단이 기금 운용을 하면서 이사회 의결을 거쳤는지 기록을 요청했지만 못 받고 있다”며 “이사회 의결 등 정관에 위배된 범법 사실이 있다면 이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법적 절차에 따라 재단의 비리를 찾는 것부터가 손혜원 게이트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 마지막께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정용기 의원은 “목포는 호구”라는 말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호구는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정 의원은 “‘목포는 항구다’라는 노래가 있다. 그런데 지금은 ‘목포는 호구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3대 항 6대 도시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도시 목포지만 손혜원 의원 입장에서 목포는 호구였을 뿐”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아울러 “손 의원이 추진하는 근대역사문화공간 조성사업 부지는 거의 다 국토부가 선정한 도시재생뉴딜사업 부지와 중복된다”며 “같은 지역에 100% 중복되게 또 다른 사업이 국비로 추진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며, 추가 투입되는 돈은 손혜원 의원을 위한 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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