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980년 ‘광주 학살’ 당시 탈북자들로 구성된 북한 특수부대원이 개입했다고 주장해온 지만원씨에 대해 탈북자 15명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고소인 명단에는 2010년 사망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이름도 올라가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 특수부대가 주도했다는 지씨의 주장은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악의적인 모략”이라며 “‘탈북 광수’(북한 특수부대)로 지목된 탈북자 15명이 지씨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집단 고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황 전 비서의 대리인이자, 최측근이던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가 동의함에 따라 황 전 비서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도 함께 고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씨는 수년간 누리집 ‘지만원의 시스템 클럽’에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파견됐다는 탈북자들의 이름과 사진을 올리며 탈북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씨는 ‘얼굴 지문’ 기법을 이용해 탈북자들의 1980년 당시 사진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 검증을 마쳤다며 탈북자들의 ‘광주 학살’ 개입설을 끊임없이 주장했다. 지씨가 광주에 투입된 북한 특수부대원이라고 지목한 이들 중에는 1980년 당시 4살이거나, 북한 수용소에 있던 이들도 있다고 탈북민들은 반박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표는 “지씨의 말도 안 되는 주장에 현혹되거나 무조건 동조하는 국민을 위해서라도 제소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하 의원과 이 대표 등은 이 자리에서 “지씨가 허위사실이 명백한 줄 알면서도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려고 탈북자들을 광주에 파견된 북한 특수부대로 허위 모략하고 관련 사실을 인터넷에 공개했다”고 지적했다. 또 “(지 씨의 주장을)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갈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탈북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생존에 위협을 준 점은 처벌과 함께 손해배상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 의원은 아울러 북한이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지 씨가 북한 고위층이 당시 광주에 왔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북한은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다”며 “이 자리를 빌려 북한도 지씨 주장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류제화 여민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지씨가 자신의 주장을 허위 사실인 줄 알면서도 그랬는지가 쟁점”이라며 “지씨가 ‘탈북 광수’의 근거로 삼는 얼굴 인식 프로그램이 신빙성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 난 만큼, 이번 사건도 승소 확률이 높다고 본다. 다른 탈북자들의 의견을 모아 2차 고소도 진행할 계획이며 민사 소송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