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통합이냐, 장악이냐. 다음 달 27일 전당대회를 딱 50일 앞둔 9일, 자유한국당에서 지도체제에 대한 입장차가 부각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당 통합, 넓게는 보수 통합을 위해 중지를 모아야 한다는 쪽과, 강한 리더십을 통해 당을 장악하고 총선 승리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쪽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10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도 의견이 모아지기 어렵다는 예측이 나온다. 의총에서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는다면, 당헌당규에 따라 오는 14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현행 단일지도체제 유지 쪽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
이날 심재철·조경태·주호영·김진태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함께 의견문을 내어 “합의형 집단지도체제가 우리 당을 살려내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당권 출마를 염두에 둔 인물로 분류된다. 심 의원 등은 “단일형 집단지도체제는 당 대표의 독주와 전횡이라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데다 1부 리그와 2부 리그로 나뉠 수밖에 없어 우리 당의 역량을 스스로 왜소화시키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을 수밖에 없다”며 “21대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합의형 집단지도체제로 바꿔야 한다. 숨겨진 갈등을 아우르고 다양한 인물을 지도부에 참여시키는 것이 곧 당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4선인 유기준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서 작심하고 지도체제 문제를 꺼내 들었다. 그는 “단일 지도체제로 당과 국민의 교감을 얻는 정당이 되면 지지율이 오를 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우리가 뽑은 대표가 세종대왕이면 좋겠지만, 연산군이 나오면 지난번처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당대표 출마를 저울질하는 오세훈 한국당 미래비전특위 위원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정우택·정진석 의원 등은 단일지도체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승리를 위해선 새 대표가 당을 장악해 대여투쟁력을 기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진석 의원은 <한겨레>에 “지도체제 결론을 지켜본 뒤 (출마를) 결심하겠다”며 “지난 집단지도체제 때 ‘봉숭아학당’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 총선을 앞두고도 당이 엉망이었던 경험이 있다. 총선 전에는 단일형으로 가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집단지도체제는 선거를 한 번 치러 최다 득표자를 당 대표로, 차 순위자를 최고위원으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에게 권한이 분산돼 1인 독주체제가 야기할 위험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의견 합치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단일지도체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별도로 선출해 당 대표에게 권한이 집중되도록 하는데, 당내 다양한 의견이 운영에 직접 반영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
자유한국당은 10일 오후 2시 의총을 통해 지도체제에 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오는 17일로 예정된 전국위원회에서 확정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2016년 총선에서 패한 당시 새누리당은 12년 만에 지도체제를 집단에서 단일로 전환하며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하면서 지도체제 재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 뒤 ‘지도체제 변화’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중진의원들이 (지도체제 관련) 많은 의견을 냈다”며 “의원들 입장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내 입장에 대해선) 예단해 답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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